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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큰 바위산의 대통령들

수필

 
미국의 독립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의 성역이라는 ‘러시모어 산 메모리얼’에 다녀왔다. 얼굴 조각상 크기가 18미터(60피트)나 된다고 해서 실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남가주에서 사우스다코타 주까지 약 1200마일이나 되는 먼 길을  아내와 교대로 운전하며 갔다.  
 
가는 길에 먼저 그랜드 테톤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가니 지루한 줄 모르고 도착했다.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니  미국 50개 주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것을 보니 연간 300만 명이 찾는 곳임을 실감했다. 멀리 보이는 큰 바위 돌산은 영화 ‘십계명’에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호렙산처럼 웅장했다. 늘 태양 빛을 받도록 동남 방향으로 된 산을 선택했기에 환하게 보였고 조각상들이 예술적으로 보였다. 바위산을 깎아 조각하다니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이곳 블랙 힐즈 지역은 로키 산맥과 같이 입자가 고운 최상질의 화강암 지대라고 한다.  
 
왼쪽으로  낯익은 조지 워싱턴의 모습이 보인다. 영국과 독립 전쟁에 돌입했을 때 워싱턴은 총사령관으로 급조된 민병대를 이끌고 정규군과 싸워야했다. 모든 여건이 불리했지만 간절한 독립의 열망으로 어렵게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건국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2대 대통령까지 역임하며 국가의 초석을 쌓는 위대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워싱턴의 오른편으로 토머스 제퍼슨이 보인다. 그가 작성한 독립 선언문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특정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중에는 생명, 자유, 행복 추구가 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 제시됐다. 3대와 4대 대통령을 역임한 제퍼슨은 버지니아 대학을 설립하며 생긴 부채 상환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6500권의 책을 의회 도서관에 팔았다고 한다.  


 
바위산 오른편 끝에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보인다. 그는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부릴 수 없다며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그는 약 63만 명이 죽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실천한 16대 대통령이다. 너무도 유명한 그의 연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민주주의 정부의 원칙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 대통령은 선정에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가로부터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고  파나마 운하 건설을 시작했고 수많은 국립공원을 지정했다. 그는 미국의 성장에 공이 컸다. 러일전쟁의 종전에 기여한 공로로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바위산 조각이 끝나갈 때 제5의 인물을 추가하자는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여성 인권운동가 수전 앤서니 등이 거론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공사는 시작부터 난관이 많았다.  “신의 손에 의해 형성된 산을 감히 모독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던 단체가 있었다. 또 공사비가 무려 99만 달러( 현재 금액으로 1800만 달러)에 달해  모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우스 다코다 주 산림청, 의회, 상원의원, 조각가 거츤 보글럼 등이 당시 켈빈 쿨러지 대통령 등에 도움을 요청해 겨우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공사 기간 중 미국의 대공황으로  8년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으며 을 해서 조각가 보글럼은 개인 파산까지 하게 된다.    
 
조각 작업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재래식 추와 대형 컴퍼스를 사용해 측량했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 양을 조절하여 정확히 90%의 화강암을 절단했다. 정교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무전기도 없던 시절이라 깃발을 들어 폭파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이렇게 잘려나간 돌이 무려 50만 톤으로 바위산 아래에 수북이 쌓였다.  
 
절단 작업 후에 약  400명이나 되는 석공들이 교대로 밧줄에 매달려  2~3인치 간격으로 드릴과 징을 가지고 일일이 쪼았다. 그 외에도 예상 못 한 바위 상태로 인해  9번씩이나 설계변경을 했다.  
 
조각가 보글럼은 덴마크 이민 후손으로 57세인 1927년 공사를 시작했다. 그의 예술적 재능과 엔지니어링 지식, 자금 확보 능력이 없었다면  바위산의 대통령 조각상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후손들이 러시모어 산의  위대한  대통령들을 보고 개척 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받기를 염원했다.  
 
1934년 보글럼은 심장마비로 숨졌지만 그의 아들 링컨이 작업을 완료했다. 링컨 조각상 뒤 돌산에는 일반인은 입장이 불가능한  문서 보관 동굴이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 사본, 4명의 대통령 업적이 담긴 문서 등이 보관된 곳이다.  
 
바위산 조각에 성형수술도 있었다. 제퍼슨 윗입술의 나쁜 돌을 깎아내고 다른 화강암 조각으로 교체할 때 강철 핀과 황을 사용했다고 한다.  
 
매년 독립 기념일에는 많은 군 전역자들이 군복을 입고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  러시모어의 대통령들도 관심이 많아 지켜보고 있다. 

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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