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쎄시봉 LA공연을 다녀와서
그때 함께 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가수 윤형주씨다. 지금 그는 연예인으로 나는 LA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LA에서 열린 쎄시봉 공연장에 갔다 쎄시봉 멤버로 미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그간 서로 다른 길은 걸었고 늘어난 흰머리에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만나는 순간 우리들의 감정은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친구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음악은 추억을 데려와 주지 않는가.
이번 쎄시봉 공연의 주요 청중은 이른바 7080세대였지만 다른 연령층도 많이 보였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청중들은 그 시절의 추억에 흠뻑 젖은 듯한 모습이었다. 노랫말의 의미와 멜로디, 리듬에서 과거의 장면들을 되새기는 청중도 있었을 것이다.
40년 전에도 LA에서 윤형주씨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나에게 했던 “우리 음악 속에 살아요”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철학자 니체는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고 유배된 삶”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파고들어 근심 걱정을 없애 주고, 원기를 북돋워 주고, 활기를 부어주는 역할을 한다.
쎄시봉 미국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발표에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다. “우리 함께 갑시다. 끝까지 함께 합시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쎄시봉의 음악이 그들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재즈 음악의 대가 루이 암스트롱은 “음악가에게는 은퇴가 없다. 단지 자기 내부의 음악이 고갈된다면 그때 음악을 그만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쎄시봉의 멤버들도 내부의 음악이 고갈되지 않는다면 변함없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미주 공연이 이뤄진다면 우리도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일 가운데 그리워서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추억이고,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면 경험이라고 한다. 추억으로 내일을 새롭게 다시 살 수도 있다고 한다. 쎄시봉 미주 공연이 계속되어 ‘멋지다. 훌륭하다’는 의미처럼 많은 청중에게 흐뭇한 추억을 다시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청원 / 내과의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