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항만 교량, 선박과 충돌 후 붕괴
싱가포르 국적 ‘달리’ 심야운행 중
전력 상실로 조명 잃고 교각 충돌
인부 8명 추락, 2명 구조 6명 실종
비상사태 선언…테러 징후는 없어
26일 오전 1시28분쯤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교각에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달리’가 충돌하면서 교각은 순식간에 붕괴하며 물속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고 이 중 6명이 실종(26일 동부 시간 오후 5시 기준)됐다. 2명은 이날 오전 물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건설 노동자를 고용한 건설회사 ‘브라우너 빌더스(Brawner Builders)’의 부사장은 이날 오후 “아직 인부들의 시신이 수습되지는 않았지만 수심과 추락 이후 경과된 시간으로 미루어 보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수중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계속 파악하고 있으나,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일단 결론을 내린 상태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다리 붕괴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교량 붕괴의 예비 조사 결과 사고로 보이며 테러 공격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충돌 발생 전 교량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충돌한 선박 역시 지난해 6월 검사에서는 기기 결함이 발견됐으나, 이후 9월 검사에서는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교량과 충돌 전 선박 내 정전이 발생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어 주지사는 26일 오전 “선박의 승무원이 충돌 전 전력을 잃었다는 소식을 관계자들에게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선박 위치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해양 분석업체)’ 데이터에 대한 CNN 분석에 따르면, 선박이 충돌 직전 교량 기둥을 향해 방향을 바꿨는데, 이때 선박의 조명이 깜박이고 어두운 연기가 솟아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제니퍼 홈엔디 국립교통안전위원회(NTSB) 의장은 “배의 정전 보고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이르다”고 전했다. 또 선박이 사고 직전 조난 신호를 보냈으며, 이 덕분에 당국이 교량의 차량 통행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로 인해 동부 지역 물류 운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티모어항은 동부 지역 주요 수출입항으로, 지난 한 해에만 5200만t의 국제 화물이 처리됐다. 전국 항구 가운데 9번째로 많은 양이다. 사고 발생 이후 메릴랜드주 당국은 항구 운영을 무기한 중단했고, 볼티모어항을 이용하던 자동차 및 트럭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관리 업체인 플렉스포트(Flexport) 최고경영자는 “볼티모어 다리 붕괴로 인해 해상 컨테이너 운송과 닛산, 도요타, 제너럴모터스, 볼보,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의 동부 지역 운송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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