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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재외선거 조사, 국제법 위반 소지…애틀랜타 등 파견 재외선거관

한인 언론사 광고에 경고 조치
미국서 한국법 근거 사법행위
현지 국가 주권침해 해석 가능

최근 중앙선관위가 애틀랜타 한인에게 보낸 선거법 위반 관련 경고서한. [독자 제공]

최근 중앙선관위가 애틀랜타 한인에게 보낸 선거법 위반 관련 경고서한. [독자 제공]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노태악)의 재외선거관이 미국에서 선거법 위반 단속을 벌이는 행위는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 역시 선거법 위반 조사권은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절차라고 명시한 만큼, 해외 선거법 단속관행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3월 27일~4월 1일)를 앞두고 미국 등 해외에서 선거법 위반행위 예방 및 단속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 파견된 재외선거관 8명의 ‘선거범죄 예방·단속’ 행위가 사법적 조사권을 행사함에도 현지 국가인 미국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외선거관의 선거법 단속 행위 과정에서 개인의 기본권 제한 등 미국에서의 주권침해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마저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앙선관위와 애틀랜타에 파견된 김낙현 재외선거관은 애틀랜타 중앙일보 등 미국 법인으로 등록된 한인 신문사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광고게재 관련 선거법 위반 조사를 벌였다. 이후 중앙선관위는 애틀랜타 재외선거관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따른 경고조치’ 서한을 발송했다.
 
LA에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광고를 게재했다며 LA중앙일보를 상대로 구두 경고에 나섰다. 미국에서 실질적으로 사법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한국 법조계와 법무정책연구원은 중앙선관위와 재외선거관의 이같은 조사권 발동 행위가 ‘현지 국가의 사전 승낙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직접적인 수사(조사) 형태로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LA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에 파견된 경찰·검찰 영사는 주권침해 등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재외국민 대상 자체 수사나 체포 등을 강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파견한 재외선거관은 한국 헌법, 선거관리위원회법, 공직선거법만을 근거로 타국에서 조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애틀랜타에서 재외선거관의 전화 조사를 받은 신문사 직원과 광고 의뢰자는 “선거관이 마치 수사관인 양 추궁하는 태도를 보였고. ‘광고비는 얼마를 받았느냐, 담당자가 누구냐, 디자인은 누가 했느냐’ 등 세부 사항을 캐묻고 엄하게 지시했다”며 “한국 입국을 금지한다는 등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까지 했다”고 지적했다.〈본지 3월 18일자 A-1면〉  
 
주권침해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은 중앙선관위의 선거범죄 조사권에도 드러난다.
 
중앙선관위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범죄 조사절차상에서 피조사자 및 사건관계인의 인권보장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거범죄 조사권에는 ‘질문·조사권, 자료제출요구권’ 등이 포함됐다. 해당 조사권의 행정절차는 개인의(국민의)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질문·조사권은 선거관이 범죄혐의를 명백히 하기 위해 관계인에게 질문하거나 추궁하는 권한이라고 한다. 자료제출요구권은 범죄혐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소지한 자에게 그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한다.
 
미국에 파견된 재외선거관들은 선거범죄 조사권을 근거로 재외국민과 시민권자, 미국 법인 등록 한인 언론사를 상대로 질문·조사권, 자료제출요구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적 행정절차를 법적 권한이 없는 타국에서 강행하는 셈이다.
 
이는 연방 국무부 등 미국 정부기관 해석에 따라 개인의 기본권 제한 등 주권침해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본지의 법률 자문을 의뢰받은 한국의 한 법무법인은 “대한민국(기관이나 직원)이 국외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수사 또는 조사, 문서제출 요구, 문서제출 불응 시 제재, 일정한 행위 금지 등 사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집행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상 주권평등원칙 및 불간섭원칙에 따라 제한될 수밖에 없고, 주재국의 동의가 없이 사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주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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