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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모로코를 떠나면서- 모로코 4

이른 아침,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행선지인 에사우이라로 떠났다. 아르간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는 아르간 나무를 기어오르는 긴 뿔의 염소들이 있었다. 그림책에서나 볼 수 있는 동화 나라에온 것 같았다. 자연이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가? 아르간 오일을 생산하는 공장을 견학했다. 아르간 오일은 나무의 씨앗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화장품과 미용제품에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는 영양크림, 마사지 크림, 비누 등을 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세찬 바람이 차창을 흔들었다. 에사우이라에 도착한 것이다. 프랑스 건축가가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760년에 성벽을 세웠다는 중앙광장에는 18세기 대포가 바다를 향해 늘어서 있었다. 유럽식 성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에사우이라의 항구도시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특출한 분위기였다. 갈매기의 울음소리, 기도 소리, 대서양의 파도 소리가 세찬 바람에 씻기며 천상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이 도시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저녁에 들어오는 배와 일몰을 보려고 자주 바다로 나갔다. 성벽, 좁은 거리, 번거롭지 않은 시장, 노점상, 성벽으로 둘러싸인 에사우이라의 항구는 그물로 생선을 끌어오르는 어부들로 시끄럽고 분주했다. 바로 옆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해산물 그릴이 있었다. 이름도 없고, 주소도 없고, 전화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없는 그곳에서는 도미, 아귀, 새우, 랑구스틴 또는 랍스터 등의 별미를 요리하고 있었다. 요리에 온 정성을 쏟고 있는 그에게서 바닷냄새가 났다. 수많은 고양이가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고양이 천국이다.
 
구아나 음악을 연주하는 식당에서 마지막 저녁 만찬을 가졌다. 얼굴에 검고 뻘건색을 칠한 4명의 흑인 가수들이 탬버린을 두드리고 구리 캐스터네츠를 손가락으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정열적으로 춤을 추었다. 다른 한쪽에서 타투를 해주고 있었다. 8명의 여자는 저마다 손등과 팔, 발뒤꿈치에 타투를 했다. 내 생전 처음 하는 타투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다음날 새벽 카사블랑카로 떠났다. 하산 모스크를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마쳤다. 카사블랑카에서 시작해서 카사블랑카에서 끝난 이번 여행에서 실제로 마주한 카사블랑카는 하얀 아파트가 줄지어 있는 대도시였다. 새하얗기보단 세월을 머금어 희끗희끗 벗겨진 회색에 가까운 흰색이었다. 순백의 색깔 위로 쌓여있는 시간의 흔적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가난한 나라의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일까?
 
모로코는 수 세기에 걸쳐 아랍, 베르베르,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이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대서양 연안 도시의 아름다움, 눈 덮인 아틀라스 산맥, 사막의 모험, 건조한 암석사막 위에 붉은 흙벽돌로 세운 성채 마을, 아름다운 성문, 페인트칠이 벗겨진 고대시대의 가옥들, 로마의 유적지, 원주민 베르베르인들의 전통가옥 등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곳의 사람들은 어려운 생활 환경 속에서도 행복해 보였다. 그들에게서는 향긋한 흙냄새와 땀 냄새가 났다. 건전하고, 소박하고, 단순하고, 섹시하고, 원시적이며 하루하루의 불편함을 꾹 참고 지내는 그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조금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이것도 생략하고 저것도 생략하는 우리에 비하면 얼마나 신성하고 빛이 나는가. 그들의 생생한 힘과 예리한 감각이 부러웠다.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모로코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던 나에게 이번 여행에서 지낸 하루하루는 세월이 흘러도 생생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이춘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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