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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5세 아동, 이념논쟁 한복판에

부모 양육권 놓고 진흙탕 싸움
아들이 드레스 입는다는 말에

분노 폭발, 5년간 접근금지령
보수측은 '영웅'…학대 혐의도
부모 vs 자녀 법적 권리의 난제

(1) 알렉시아 카본이 5살 난 트랜스젠더 아들 A의 손을 잡고 집 근처 공원을 걷고 있다. (2) A의 아빠 애덤 베나. (3) A의 엄마 카본.

(1) 알렉시아 카본이 5살 난 트랜스젠더 아들 A의 손을 잡고 집 근처 공원을 걷고 있다. (2) A의 아빠 애덤 베나. (3) A의 엄마 카본.

캘리포니아에서 트랜스젠더 아동의 양육권을 놓고 불거진 부부간의 소송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논쟁의 한가운데에는 '빌보드 크리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보수성향의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크리스 엘스턴이 있다. 그는 지난 연말 남가주의 환경미화원 애덤 베나(44)와의 인터뷰 동영상을 X(트위터)에 올려 큰 반향을 이끌었다. 베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5살짜리 아들 A군이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주정부로부터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엘스턴은 동영상 소개글에 "당국은 아담의 반대를 학대로 간주했다. 그는 5년간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아 아들과 대화 조차할 수 없게됐다"고 적었다.
 
게재된 영상에는 "(당국의 조치는) 순수한 악", "광기" 등 공감 댓글이 이어졌다. 테슬라와 X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도 느낌표 두 개로 댓글을 달면서 이 게시물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 55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상의 주인공 베나는 트랜스젠더 반대운동의 스타로 떠올랐다. 일부 지지자들은 그의 사례를 진보 좌파의 '젠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는 보수적인 주민들의 법적 권리를 가주 정치인들이 박탈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또 미국에서 LGBTQ+ 인권 운동이 너무 멀리 나아갔다는 증거로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익 팟캐스트나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베나 사건의 개요는 불완전하고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본지가 베나, 아들의 친모인 알렉시아 카본과의 인터뷰, 양육권 분쟁 법적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양육권을 빼앗겼다는 베나의 주장에는 중요한 사실들이 누락되어 있다.  
 
우선 베나는 아들의 성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아이의 친모 카본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또 법정에서 그는 여러차례 분노를 폭발했고, 판사와 그의 전 변호사가 아이와의 재결합에 해가 될 것이라고 여러차례 경고했음에도 감정을 자제하지 못했다. 또 여러 명의 주 법원 판사, 아들의 변호인, 베테랑 의료 전문가들이 이념과 별개로 아이의 필요를 우선시하려 했던 신중한 시도도 빠져 있다.
 
사건은 부모의 양육권 분쟁에서 자녀의 성 정체성과 의사 표현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이의 친모 카본은 2020년 6월 베나를 상대로 가정 폭력 접근 금지 명령을 처음 신청했다. 이 신청서에는 당시 2살 된 아들에 대한 성정체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대신 카본이 임신했을 때부터 시작된 카본의 학대 혐의가 5페이지에 걸쳐에 적혀있다. 신청서에서 카본은 "아담은 나를 겁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내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며 고함을 지르고, 자동차 대시보드나 집의 벽을 주먹으로 치고, 나를 벽에 밀치는 등 신체적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접근 금지 명령은 기각됐다. 대신 부부는 양육권을 공유하고 법원이 승인한 문자 메시지 앱을 통해서만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베나와 그의 변호사 라비 벤다푸디는 "기각 자체가 카본이 본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부부가 격렬한 언쟁을 벌이는 것은 정상이다. 베나는 카본이나 자녀를 때린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이 일단락되고 약 1년 뒤 아들 A군의 세 번째 생일 직후, 베나는 아들과 대화하면서 "분홍색 드레스를 샀다"는 말을 들었다. 놀란 그는 아이 엄마 카본에게 사실인지 물었고 카본은 사실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후 베나는 49차례 전화를 걸었고 급기야 음성메시지에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남겼다. "남자애에게 여자옷을 입히는 것이 현명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멍청이가 분명하다. F***, 저능아 같으니라고."
 
베나의 변호사 벤다푸디는 이에 대해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당시 그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그 정도만 한 게 다행"이라며 "베나는 다혈질이라 가끔 말을 통제하지 못할 뿐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나는 카본이 아들을 여자아이로 인식하도록 세뇌하고 '그루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들이 성별을 인지하기도 전에 카본이 강제로 드레스를 입혔다는 것이다. A가 드레스를 달라고 할 때 카본이 단호히 거절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군처럼 생물학적 성에 불응하는(gender-nonconforming) 자녀의 양육은 부모 입장에서도 혼란스럽다. 이는 수년 동안 심도있게 연구되어온 주제이기도 하다.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생우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 대부분의 아이는 남녀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3세가 되면 본인의 성별도 인식한다. 카본은 A군이 일주일 넘도록 매일 드레스를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설득을 포기하고 드레스를 사줬다고 한다.  
 
핑크 드레스 사건이 있은 지 한달 뒤인 2021년 7월 카본은 전남편 베나로부터 수차례 학대를 당했다며 다시 가정 폭력 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그녀는 베나가 90분간 69차례 폭탄 전화를 건 기록을 첨부했고, 그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데다 분노 조절을 못 하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이유였다.
 
법정에서 상황은 반복됐다. 베나는 "아들에게 여자옷을 입히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욕설을 하며 고성을 질렀다.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5명의 셰리프요원들이 법정에 호출됐을 정도였다.
 
사건을 심리한 하비 실버맨 판사는 당시 "공식적인 장소인 법정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고함을 지르는데, 공식적인 자리가 아닐 때는 어떻게 행동하겠느냐"고 그를 질타하면서 접근 금지명령을 허가했다. 또 아들과 화상통화를 매주 10분으로 제한하는 한편, 아이 엄마 카본에게는 A군에게 성중립적인 옷을 입히라고 명령했다. 또 A군에게는 LA아동병원의 트랜스청소년 건강발달센터에서 진단을 받을 것도 추가했다.
 
사건은 중재되는 듯 보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베나는 아들과 통화중 건조기에 드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분을 참지못했다. 카본이 경찰에 신고했고 베나가 총기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2월 법원은 베나에게 카본과 아들로부터 100야드 이내 접근을 막는 강화된 금지령을 내렸다.
 
그해 11월 A군의 첫 진단 결과가 나왔다. 아동전문가인 베아트리즈 가르시아 박사는 A군이 성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감정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에 A군의 성인지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 매년 검사를 하고, 그 사이 치료사를 만나도록 권유했다.
 
이 결정에 아이의 부모들은 공감했고 합의도 했다. 아빠 베나는 양육권과 아이 방문 허용권을 아이 엄마에게 양보하는 대신 엄마 카본은 베나를 상대로 한 접근금지명령을 철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베나가 아이 엄마에게 알리지 않고 학교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2023년 2월 법원은 베나에게 다시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 그 다음달 A군의 두 번째 진단 결과가 나왔다. 이번엔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 진단을 받았다. 출생 당시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쾌감을 뜻한다.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베나의 사연은 보수성향의 SNS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4월, '애국자 바비'라는 별명을 가진 린지 그레이엄이라는 여성은 아이 엄마 카본이 A군의 성별을 바꾸기 위해 '의학적으로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이 수천건의 좋아요를 기록하자 그레이엄은 아이 아빠 베나의 소송비를 위한 기금모금 운동을 벌였다.
 
지난 5월, 베나는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에 출연해 아들의 성별 위화감 진단을 언급하며 "이 주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방송이 나간 뒤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의 성소수자 포용 정책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은 베나가 법정에 출두하는 날이면 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양육권 싸움으로 시작된 소송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셈이다.
 
소송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실버맨 판사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사임했다. 이어 새로 심리를 맡은 마크 주하스 판사는 아이 아빠 카본에게 5년간의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판결문에는 베나가 허락 없이 A를 데려갈 위험, 학대 이력, 협조 부족 및 '성확인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려는 행동 가능성' 등이 명시되어 있다.
 
판결 이후 베나의 지지자는 1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급증햇다. 또 소송비용 기부금은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베나는 항소를 계획하는 한편 미성년자에 대한 사춘기를 막는 예방약 및 기타 성 확인 치료를 금지하는 연방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법안명은 A의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한편 두번째 진단 후 A군에 대한 치료법은 간단하다. A군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열린 마음으로 아이가 본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직 A군에 대한 의학적 치료 계획은 없다. 성정체성에 대한 확실한 판단은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본은 남녀 어떤 쪽이든 A의 선택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요한 건 A군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화요일 A군은 유치원놀이터에서 핑크 드레스를 입고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 카본에게 뛰어와 물었다. "엄마 내 지갑(purse) 어디있어?"
원문은 LA타임스 3월4일자 1면 'A heated custody battle over a transgender child in California stokes a viral debate' 제목의 기사 입니다.

원문은 LA타임스 3월4일자 1면 'A heated custody battle over a transgender child in California stokes a viral debate' 제목의 기사 입니다.


글=케빈 렉터ㆍ사진=지나 페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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