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추억하기 그리고 꿈꾸기
2 집을 짓는 재료는 제일 단단한 것으로 부서지지도 또 낡아지지도 않는 기억이라는 무게를 사용하기로 한다 꿈이라는 가능한 큰 창문을, 날마다 열고 닫을 희망의 문을 또한 짓기로 한다 평안의 따뜻한 지붕을 얻었으면 좋겠고 내 몸같이 피어나기를 원했던 자유의 뒤란엔 철마다 꽃씨를 뿌리기로 한다 그러나 내게는 없어도 좋을만한 슬픔과 아픔의 순간 또한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싶다 떠난 곳을 뒤돌아보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하였고 꼭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지나간 후회도 있다 세상이 달라지는 줄도 모르고 이방인의 삶은 채 바퀴였다 쉼 없이 달려왔다 잠시 멈춰 선다 때로 동굴로 도망치기도 하고 뜬금없이 몰두하다 길을 잃을 때도 있었다 후회는 하지 않겠다 다만 시끄러운 시선을 떠나 얼마 남지 않은 추억하기 그리고 꿈꾸기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의 궤렌시아
3 나의 시간 속으로 들어와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던 소리, 귓전에 가까이 들린다 반가움에 한숨으로 달려갔다 수평선으로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소리 자갈 위를 낮게 안으며 밀려온다 이내 모래가 소리의 끝을 잡고 따라 나간다 수백 광년의 빛으로 만들어내는 윤슬 시간의 개념이 사라진 미시간 호 수에 떠다니는 소리의 입자들 둥글고 가는, 깊고 높은 음들이 모여 넓은 호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가득하다 한 손을 높이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모든 악기 소리를 멈추게 한다 이어지는 피아노의 선율 건반 위를 춤추듯, 튀어 오르다 미끄러지는 10개의 손가락 숨이 멎는다 하늘의 소리 카덴차 긴 여행길에 맞이하는 나만의 시간에 빠져든다 언덕 가득 눈발이 옆으로 부는 바람에 춤추듯 날린다 흔들리던 나의 평형감각이 돌아왔다 별빛을 주워, 윤슬을 담아, 반짝이는 조약돌을 모아, 피아노의 맑고 청아한 하늘의 소리를 역어 집을 짓는다 호수를 향해 큰 창이 있는, 커피 팟이 딸린 작은 키친과, 좁은 계단을 오르면 퀼트 조각 이불을 덮은 침대가 있고, 누우면 밤 하늘 별들이 반짝이는, 팝콘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작은 오두막을 짓는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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