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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진료' 정신과 전문의 태부족…타운내 한인의사 10명도 안돼

언어문제로 치료와 상담 지장
가정상담소 예약에 4~5개월
청소년 등 한인환자는 증가세

한국어가 가능한 정신과 의사가 부족하다. 이는 정신 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한인들이 언어 문제로 인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UCLA보건정책연구소(소장 니네즈 폰세)는 29일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과 공동으로 한인 등 미국 내 아시아계의 정신 건강 문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보고서 내용 중 한인만 추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 성인(18세 이상) 5명 중 1명(18%)은 정신 건강 상담 또는 치료 등이 시급하다. 이는 아시아계 평균 응답 비율(16%)을 상회한다.
 
한인 청소년(12~17세)의 상황은 더 시급하다. 응답자 중 29%가 정신 건강 치료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신과 상담은 언어가 중요하다. 미세한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어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LA지역에서 한국어로 정신과 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의는 조만철, 수잔 정, 김자성 박사 등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타 진료 과목보다 정신과 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한인가정상담소(KFAM) 제니퍼 오 부소장은 “정신과 상담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 간호사(NP)’들을 합하더라도 LA 한인타운에서 한국어를 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울증과 불안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언어 문제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한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 문제는 UCLA 보건정책연구소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 연구소의 니네즈 폰세 소장은 “특히 가주 지역 한인 인구의 거의 절반이 영어 구사 능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신과 치료는 문화적 개념과 언어의 뉘앙스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류 의료진은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제한적이라서 한인들의 정신적 고통을 잘못 진단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인 정신과 전문의를 찾지 못할 경우 한인들은 불가피하게 비영리 단체가 제공하는 상담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영리 상담 기관의 예약도 쉽지 않다.
 
일례로 한인가정상담소의 경우 예약을 하면 평균 4~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한인들은 그사이 문제가 더 악화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정신 건강 문제가 심화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하는 한인들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한인들은 공급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타운 내에서 40년간 활동 중인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한인 2세들이 한인타운 내에 병원을 차렸다가 문화 차이,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주류로 나가는 모습도 번번이 봤다”며 “한인사회 내 단체들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소수계 또는 교외 지역의 의료인 부족 사태를 외국계 의사로 충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신과 의사를 수혈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외국의대졸업자교육위원회(ECFMG)의 최신 자료(2022년 기준)를 살펴본 결과, 미국에 진출한 외국계 의사 중  정신과 전문의는 3%에 불과하다. 한국 국적의 정신과 전문의는 3% 중에서도 극소수라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한인 의대생들이 정신과를 선택한다 해도 결국은 언어와 문화 차이에 따른 문제가 있다.
 
의대 진학 컨설팅사인 STEM 리서치 폴 정 박사는 “상담을 해보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한인 2세, 3세 의대생을 찾기가 어렵다”며 “통계만 놓고 보면 전문 분야로 정신과를 선택하는 비율은 높아졌지만 이러한 현상이 한인과 같은 한국어권 환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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