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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정의 종’, 이제는 옮겨야 할 때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LA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한인들에게 상징적인 곳이 나온다. 바로 엔젤스 게이트 공원에 있는 ‘우정의 종각’이다.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아 한미 양국 간의 우의와 신의를 다지는 의미로 1976년 7월 4일 한국이 미국에 기증한 선물이다.  
 
탁 트인 하늘을 배경 삼아 잔디가 깔린 넓은 대지에 우뚝 서 있는 우정의 종을 볼 때면 한국에 있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우정의 종각’은 아름다운 풍경 덕에 젊은 커플들의 웨딩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 있다 보니 염분이 포함된 바닷바람이 종과 종각을 부식시키며 고유의 색을 잃게 한다. 또 갈매기 등 각종 조류가 종각 처마 밑으로 날아와 종각을 배설물로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우정의 종각은 10여년 전 한 차례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했다. 당시 종에 녹이 슬고 단청이 벗겨져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되자 한국 정부가 27만 5000달러가량의 공사비를 지원해 보수 공사를 마쳤다. 이 작업에는 한국에서 온 종과 단청 전문가 10여 명이 꼬박 3개월을 매달렸다.  
 


또 우정의 종각은 한인의 방문이 쉽지 않은 장소에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한인타운에서 우정의 종각까지 길이 막히지 않아도 차로 족히 40분은 걸린다. 멀리서 온 여행객들에게는 아름다운 관광지일 수 있겠지만, 정작 우정의 종이 의미 있게 쓰이는 타종식(연간 6회) 때는 거리상 문제로 많은 한인의 참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 우정의 종은 한인타운과 멀리 떨어진 샌피드로에 자리를 잡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다름 아닌 ‘이름’ 때문이었다.  우정의 종각이 있는 엔젤스 게이트 공원은 1914년부터 1974년까지 미 육군의 ‘포트 맥아더(Fort MacArthur)’ 부지였다. 기지가 폐쇄되면서 부지는 LA시로 이관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포트 맥아더’는 6·25 한국전쟁 영웅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아버지인 아서 맥아더 중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부지를 선정하게 된 쐐기못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현재 우정의 종과 종각의 낙후 상황을 볼 때 보수는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현재의 엔젤스 게이트 파크가 후대까지 보존하기에 적합한 장소인지 의문이 든다. 한인타운과 멀리 떨어진 샌피드로로 지정된 이유가 그저 이름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미래를 생각해 우정의 종의 이동을 고려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771년에 제작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본 따 만들어진 우정의 종은 보수 작업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지금의 종을 만들 당시에도 9명의 종 장인이 한 해 동안 작업에 매달렸고, 완성까지 2만 명에 달하는 작업자의 손을 거쳤다.  
 
 이로 인해 지난 2013년 보수 작업도 힘겹게 마쳤다.  우정의 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장인 중 생존해 있던 마지막 장인을 극적으로 찾았고, 그의 수제자가 참여하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보수 작업 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정의 종을 훼손하는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보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정의 종’을 LA한인타운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관리와 접근성 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LA한인타운 올림픽 길에 있는 타운 조형 상징물들이 쓰러지면 “흉물스럽다”며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하지만 50년 된 ‘우정의 종’이 제 모습을 잃어가도 한인 사회에서 큰소리가 없는 것은 물리적 거리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우정의 정’을 타운으로 옮기면 많은 한인의 관심과 손길이 닿을 수 있는 만큼 한인 사회의 상징물로 더 돋보일 수 있을 것이다. ‘우정의 종’, 이제는 옮겨야 할 때다. 

장수아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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