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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디스커버 크레딧카드

박춘호

박춘호

지금은 일상화됐지만 당시만해도 파격적인 일이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cash back)을 해준다는 것은 획기적이었다. 1980년대에는 신용카드 연회비가 일상적이었다. 지금이야 일부 고급 신용카드에나 연회비가 붙고 일반 신용카드에는 연회비가 없지만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신용카드회사가 가입자들로부터 회비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디스커버 신용카드가 나왔는데 이 카드는 연회비가 없었고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1%에서 5%까지의 캐시를 돌려주는 정책을 썼다.  
 
지금도 일부 신용카드 회사들이 특정 카테고리, 예를 들면 주유소나 식당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일정 부분을 포인트나 캐시로 돌려주곤 하는데 이런 프로모션이 무려 40년 전에 디스커버 신용카드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정책이었다. 업계에서는 앞서가는 전략을 구사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디스커버는 시어스 백화점에서 시작된 신용카드다. 당시 시어스 백화점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위상이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 체인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본사도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시어스 타워에 위치하고 있을 당시였다. 그러니까 디스커버 신용카드는 시어스 백화점이 만든 보험회사인 올스테이트, 시어스 백화점이 판매했던 가전제품인 켄모어나 공구인 크래프트맨과 같이 백화점에서 직접 출시한 신상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비자나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대형 신용카드 회사에 비해 몸집에서 크게 밀린다. 다만 시카고 서버브 리버우드의 레이크 쿡 길가에서 보이는 디스커버 본사의 로고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 본사에만 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디스커버사가 최근 캐피탈 원 신용카드사와 합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캐피털 원사가 디스커버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35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캐피털 원은 디스커버의 지출을 ¼ 가량 줄여 13억달러를 절약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원하기에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리버우드의 디스커버 본사 직원들에게 올 영향에 관심이 쏠렸다. 아무래도 다른 회사와의 합병이 이뤄질 때에는 인력 감축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합병하는 회사간 업무가 겹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사실 디스커버사는 시카고 마켓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높았다. 최근 열렸던 캔사스시치 칩스와 샌프란시스코 49ers 간의 58회 수퍼보울 광고에서 나온 디스커버사 광고가 매우 이색적이었다. 한 소비자가 디스커버사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이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이는 디스커버사가 자동응답이 아닌 사람을 고용해서 상담 서비스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디스커버사는 상담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을 고용했다. 그것도 시카고 지역에 상담 센터를 열어 큰 이슈가 됐다. 요즘에는 굴지의 대기업들도 국내 보다는 해외에 콜센터를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금이 저렴하고 영어가 능숙한 인도 등지에 콜센터를 두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일 것이다.  
 
디스커버사는 500여명의 직원을 둔 시카고 남부 콜센터를 열었다. 2021년의 일이다. 장소는 87가와 코티지 그로브가 만나는 곳으로 이 곳은 타겟이 물류 창고로 사용했던 장소다. 타겟이 떠난 곳에 디스커버사의 콜센터가 들어섰는데 여기 근무하는 직원의 약 90%가 흑인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절대 다수는 반경 5마일 반경에 거주하는 로컬 시카고 주민들이다.  
 
이런 방식이 디스커버사의 장점이었다. 다른 신용카드사는 절대 하지 않는 고객 상담 서비스의 국내화, 로컬화가 디스커버사의 셀링 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마켓의 절대 다수는 아니지만 디스커버를 선호하는 열성 고객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카고 지역에서는 다른 신용카드도 보유하고 있지만 디스커버도 하나씩 갖고 있는 주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디스커버사는 시작할 때부터 다른 신용카드사에 비해 한도가 높았고 소매업소에 부과되는 수수료도 낮아 선호하는 충성 고객층이 많았다.  
 
이런 디스커버사가 캐피탈 원에 흡수 통합된다는 소식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아직 연방 정부의 규제당국이 합병을 승인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시카고 재계에서는 잇따른 본사의 타 지역 이전으로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만도 시타델이 그랬고 캐터필라와 보잉이 시카고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했거나 이전을 계획 중에 있다.  
 
더군다나 디스커버사는 로컬 경제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터라 지역 경제계가 받은 충격은 더욱 크다. 물론 이번 디스커버와 캐피탈원 간의 합병에는 디스커버사가 최근 당국의 규제를 따르지 않아 제재를 피할 수 없었고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선임한 뒤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가 존재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시카고에 본사를 뒀고 지역 경제에 많은 투자를 했던 디스커버사의 합병은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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