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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이 사람을 살린다

이기희

이기희

동네가 야단법썩이다. 지난 주에 어르신 한 분이 몹시 아프기 시작했다. 담임 목사님은 병원 진료 및 응급 담당이고 자질구레한 건강관리와 뒤치닥꺼리는 내 몫이다. 할머니는 십여년 전 폐암으로 남편을 먼저 보내고 노인촌에 강아지와 혼자 산다. 손이 매운 할아버지가 화랑 잔 일을 도와주신 인연으로 투병 일년 동안 총대를 매고 장례식을 치렀다. 영어 읽기는커녕, 말귀도 못 알아듣는 어르신들이 손짓 몸짓, 눈치로 만리타향에서 생활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할머니 병은 심해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깨지는 듯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갔었는데 원인불명으로 퇴원, 다음날부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에 시달렸다. 목을 가누기조차 힘들어 무면허 간호사인 내가 아픈 곳을 만져보면 혈관이 펄떡펄떡 뛰었다. 파스를 붙여달라고 해서 어깨를 살펴보니 울퉁불퉁한 물집이 여러 곳에 돋아나 있다.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료 등 노인성 질병의 종합세트 보유자라서 급히 응급실로 직행했는데 대장포진(Shingles)으로 판명 났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다가 신체 면역력이 약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발병한다.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다시 피부로 내려와 염증을 일으키는데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출산에 버금가는 고통이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진언이다.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투여로 급한 불은 끄고 며칠이 지나자 차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기존에 먹던 여러 가지 약에다 대상포진 약 등을 과다 복용해 위장 장애로 구토가 심해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화와 전보(Telegram)보다 더 빠른 게 사람의 입! 문자로 소문이 돌자 앞다투어 건강식 영양 죽 쑤어 오고, 가지각색 채소 갈아오는가 하면 교인들이 번갈아 가며 요리를 보내 먹거리가 넘쳐난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복음 6:3)는 티 안 나게 손과 발, 따뜻한 가슴으로 보살피고 사랑하라는 뜻이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은 교회나 종교 단체에 참석하면 외로움도 달래고 소통하며 사랑을 나눌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원래 아프리카 속담인데 1996년 힐러리 클린턴이 ‘It takes a village’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우리는 ‘동네’라는 울타리의 공동체 일원으로 상호의존적 관계를 유지한다. 국적이 같고 고향이 비슷하면 한솥밥을 먹은 형제처럼 살갑게 여겨진다. 이웃 사촌이다. ‘이웃’이란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행동하는 인간이 사람이다. 우리는 나란히 발 맞추며 살아간다. 서로 기대고 돌보며 산다. 발 딛고 사는 곳이 이국만리 외로운 타향, 황량한 벌판이라도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어 서러움을 삼킨다.
 
꽃들도 눈길을 주면 잘 자란다. 따스한 눈길 주는 것은 마른 영혼에 햇살을 비추는 일이다. 사랑은 타인을 향하는 관심이다. 마른 장작처럼 굽은 손잡는 것이 사랑이다.  
 
‘죽으면 썩을 몸, 아껴서 뭐 하노” 하시며 명절이면 밤 세워 약식 강정 동그랑땡 삼색나물 곱게 포장해 손잡아 준 다정한 사람들에게 선물하시던 어머니! ‘병 앞에 장수 없다. 몸을 신주단지 모시듯 해라.’ 어머니 김해연 여사가 늘 하시던 말씀이다. 잘 먹고 건강 챙기란 당부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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