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상전이 현상
상전이란 쉽게 얘기해서 물이 얼음이 되거나 수증기로 변하는 현상이다. 물과 얼음, 그리고 수증기는 모양만 다를 뿐 물리적인 성질은 같다. 단지 온도에 변화를 주면 그 모양이 변한다. 상온에서는 마시는 액체 상태의 물이 날씨가 추워서 얼면 얼음이 되고 끓으면 수증기로 변한다. 물은 이런 세 가지 모습으로 그 모양이 변하는데 이것을 상전이라고 한다.
쉽게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상전이의 예를 들어본다. 소금이나 설탕이 물에 녹는 것을 용해라고 하고, 응고의 좋은 예는 상처에 난 피가 굳는 경우다. 기화는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찬물이 담긴 유리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경우를 액화라고 한다. 드라이아이스가 공기 중에서 날아가는 현상은 승화이고, 그 반대 현상을 증착이라고 하는데 일상생활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요즈음은 먹을 것이 좋고 풍부하다 보니 과체중 문제로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고 음식물 열량에 관심이 많다. 열량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데 칼로리라는 단위를 쓰는데 물리학에서는 1기압(대기압)에서 물 1g을 1°C 올리는데 들어가는 열량을 1cal라고 정했다. 그렇다면 0°C의 물 1g을 100°C로 끓여서 수증기로 기화시키는 데 100cal가 들어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약 640cal가 필요하다고 한다. 0°C인 물의 온도를 100°C까지 올리는 데는 딱 100cal가 필요하지만, 물에서 수증기로 모양을 바꾸는데, 과학적으로 표현해서 그렇게 상전이를 시키려면 따로 에너지가 더 필요한데 이것을 잠열이라고 한다. 물의 경우, 물이 기화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약 540cal이다. 기화는 꼭 끓는 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상온에서도 발생한다. 반대로 수증기가 물로 바뀔 때는 그만큼의 에너지를 내놓는다.
더우면 땀이 나는데 땀의 주성분은 물이다. 그 물이 기화할 때 상전이 현상에 의해 열이 필요하므로 우리 몸은 땀 1g을 기화시킬 때마다 약 540cal의 열을 내주며 체온을 유지한다. 무작정 눈, 코, 입이 붙어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몸은 세세한 것에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작동한다.
빅뱅 후 우주가 식어가는 동안 상전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생긴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급팽창을 일으키게 한 힘이 아닌가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이런 것을 이론물리학이라고 한다. 따로 실험해볼 수 없으므로 이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원래 과학은 관찰하고 실험하여 결과를 내는 학문인데 그렇지 못하면 철학의 범주에 속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직도 빅뱅 이론이나 급팽창 이론은 그 용어 끝에 '이론'이란 호칭을 떼지 못하고 있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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