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고국발전 기여’ 인식 점점 사라진다
뉴욕총영사관 ‘미 동북부 한인동포 설문조사’ 결과
세대 거듭할수록 고국발전 기여 필요성·한인 정체성↓
‘한인사회 정체·축소’ 전망한 비율도 40% 달해
“한글교육·모국방문행사로 차세대 한인 정체성 높여야”
15일 나종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주뉴욕총영사관 의뢰로 연구, 발표한 ‘동북부 한인동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9세 이하 한인 동포 중 ‘한국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46%에 그쳤다. 60대 이상 한인은 80% 이상, 40~50대 한인은 70% 이상이 답한 것과 큰 격차를 보였다.
미국에 이민한 후 자녀 세대로 갈수록 본인의 정체성을 ‘한국인’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점차 줄었다. ‘국적과 관계없이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말에 이민 1세대 응답자 66%는 ‘한국인’이라고 답했지만, 1.5세대 이후 응답자 중에는 37%만 한국인이라고 답했다.
이동규 총영사관 동포담당영사는 “현 상태가 유지되면 한인 동포사회가 소멸할 수 있다는, 레드 시그널인 셈”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도 “한인 정체성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짜지 않으면, 동포사회가 모래알처럼 없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서는 한인 동포사회가 현 상태에서 정체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답한 비율도 40%에 달했다.
한인 동포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으로는 ‘차세대 한인정체성 강화’(597명)를 꼽은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글학교 등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한국 체험 행사도 늘리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참석한 박희진 전 한인경찰협회 회장은 “한국 해병대에서 교육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후 한국과 부모 세대를 훨씬 잘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히스패닉 등 타민족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정체성을 드러내고, 모국어를 쓰며 친목을 다지는데 한인은 오히려 반대”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차세대 한인 동포 활용계획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테파니 장 팰리세이즈파크 시의원은 “수십년 미국에 거주하다보니 과연 한국에 내가 기여할 카테고리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정부에서도 동포인재 활용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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