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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CHAM 칼럼] 수산회사 직원의 1년차 미국살이

한국에서의 익숙한 삶을 잠시 뒤로하고, 2023년 초 센터장으로 부임한 지 만 1년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시점이다. 작년을 돌아보면 아무래도 정착 초기의 쉽지 않았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거주할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크레딧이 없어 탈락한 경험이나, 예약서부터 긴 대기가 시작되는 의료 서비스, 난생처음 겪는 교통사고, 그리고 정부 지원이 있는 한국의 어린이집에 비해 미국의 높은 데이케어 비용은 현지 물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헉' 소리가 절로 나왔으니 말이다.
 
물론 좋았던 점도 많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양한 식재료가 가득한 마트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특히, 부임 후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원 없이 맛봐야겠다는 바람은 이미 이루고도 남았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다양한 제철 수산물을 원 없이 접하지 못하는 점은 수산업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종종 아쉬움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미국의 주된 수산 식품 유통방식은 냉동이다. 대형마트를 가더라도 수많은 종류의 아이템이 진열돼 있는 식품 코너와 달리 수산물은 연어·대구·참치 등 가시가 예쁘게 제거된 살코기 생선 위주로 진열되어 있거나, 그 외에는 새우·랍스터 등의 갑각류가 다수를 차지한다. 넓은 땅덩이를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신선유통의 한계와 구이·찜·조림·탕·튀김 등 한국의 수산물 식문화보다는 구이(스테이크) 위주의 비교적 단순한 수산물 식문화의 특성으로 기인한 듯 하다. 활 또는 냉장 수산물을 최고로 치는 우리 민족에게는 그나마 근처 한인마트에서 제주산 활 넙치(광어) 및 완도산 활 전복을 비롯해 다양한 어종의 'Caught/Farmed in KOREA' 수산물을 구할 수 있는 점이 위안이랄까?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산 수산 식품의 미국 시장에서의 주된 타깃은 우리 교민과 일부 아시안 시장이 다수다. 우리 수산물의 수출 활성화를 목표로 파견된 나로서는 시장 확장을 위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이슈이기도 하다. 다양한 지원 사업과 마케팅을 통해 우리 수산물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아시안을 넘어선 다양한 인종의 소비자가 국산 수산물의 맛과 우수성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무실의 임무다.
 


그러한 점에서 블랙 페이퍼라는 오명을 뒤로하고 이제는 미국 내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국산 조미김을 찾아볼 수 있는 점은 특히 반갑다. 초밥과 롤의 대중화, 그리고 특히 최근 '품절 대란'이 발생한 냉동 김밥까지. 김을 활용한 식품이 불고기·라면·김치 등과 함께 미국 식품 시장에서 그 입지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다른 우리 수산물도 김처럼 자연스레 미국 시장에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나 국산 수산물 중 미국 수출 1위 품목인 김은 통관 이슈로 인해 작년 초 수출이 급감했었는데, 이를 점차 회복하는가 싶더니 9월부터는 예년 실적을 이미 넘어서 2023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더욱 뿌듯하다. 작년 한 해 전세계 김 수출도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하니, 한국의 김 수출 1위 국가인 미국에서 근무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한 결과다.
 
타지의 추운 날씨와 그리운 고국 생각에 오늘 저녁 메뉴는 소고기 스테이크 대신 갓 구운 굴비와 따듯한 미역국이 먼저 생각난다. 올해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과 우리 가족의 미국살이는 작년의 김 수출과 같이 한층 더 나아지길 바라는 새해 소망을 조용히 빌어본다.

박지환 / 수협중앙회 뉴저지무역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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