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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형용사 명령형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우리말의 특징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몇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높임법의 발달이 있습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높임법’의 발달입니다. 즉,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하는 말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하는 말과 어른에게 하는 말, 가까운 사람에게 하는 말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하는 말, 윗사람에게 하는 말과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 공식적인 말과 비공식적인 말은 다 다릅니다. 이렇게 상대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언어는 거의 없습니다. 특징이라고 할 만합니다.
 
의태어의 발달도 특이한 점입니다. 모양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말이 발달한 언어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는 많은 언어에 있습니다만, 의태어의 발달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걷는 모습만 해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아장아장, 어슬렁어슬렁, 터벅터벅, 성큼성큼, 뚜벅뚜벅, 어기적어기적, 살금살금, 슬금슬금 등 당장 떠오르는 말만 해도 많습니다. 의태어는 변화하는 모습을 잘 관찰하는 우리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의태어는 단순히 흉내 내는 말이라기보다는 ‘묘사’하는 말입니다.
 
변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생긴 또 다른 우리말의 특성은 바로 형용사의 발달입니다. 형용사는 기본적으로 상태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상태가 항상 그대로인 것이 아닙니다. 계속 바뀝니다. 대표적인 것이 색깔이지요. 색깔은 그대로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날씨에 따라, 바람에 따라, 빛에 따라, 내 마음에 따라 조금씩 변해 갑니다. 어제의 색이 오늘의 색이 아니고, 오늘의 색이 내일의 색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에서는 색깔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엄청나게 발달합니다. 붉다, 빨갛다, 뻘겋다, 붉으스레하다, 발그레하다, 붉으죽죽하다, 새빨갛다, 시뻘겋다 등 금방 떠오르는 표현도 많습니다. 노랗다도 마찬가지죠. 누르다, 누렇다, 노르스름하다, 노릇노릇하다, 누리끼리하다, 샛노랗다, 싯누렇다 등 단어가 줄을 잇습니다.
 
그런데 단어의 모양으로만 보면 우리말은 형용사가 동사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다와 좋다, 공부하다와 조용하다’를 보세요. 영어나 일본어는 동사와 형용사의 구별이 형태나 문법으로도 명확합니다. 의미까지 따지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형태로는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의미로도 혼동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구별 방법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구별법이 형용사에는 관형사형 어미인 ‘-는’을 쓸 수 없다는 겁니다. 조용하다와공부하다의 경우 둘 다 같은 품사로 보이지만 공부하다는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반면, 조용하다는 ‘조용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조용하다는 형용사인 겁니다. 깨끗하다, 맑다 등을 생각해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형용사는 주로 명령형이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보통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명령에 쓰기가 어렵습니다. 명령은 주로 동작에 쓰입니다. ‘가다 - 가라, 먹다 - 먹어라, 공부하다 - 공부해라’처럼 동사는 명령이 쉽습니다. 그런데 형용사 중에도 명령이 가능한 경우가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분명 상태이지만 그 상태를 화자가 좋아하면 명령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 언급한 조용하다의 경우도 ‘조용해라’라는 표현이 가능합니다. 물론 ‘조용히 해라’가 더 자연스러울 수는 있겠습니다.
 
형용사의 명령형이 자주 쓰이는 장면은 그래서 기원을 하는 경우입니다. 상대에 대한 나의 기원을 표할 때는 자연스럽게 형용사에 명령형을 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더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 ‘행복하다’는 형용사입니다. 당연히 ‘행복하는’이라는 표현은 어색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하세요.’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건강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하기 바랍니다.’가 더 자연스러울 수 있겠지만 요즘은 ‘건강하세요.’라는 명령형도 자주 쓰입니다. 이렇듯 명령이 아니라 기원을 담은 형용사가 점점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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