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무대와 객석 소통이 될 때 감동
언젠가 얘기했듯이 매스컴에 화제 인물로 떠오르면 음악을 알든 모르든 유명한 사람 구경하러 오는데, 마치 얼마나 잘하나 확인하러 오는 듯한 사람들은 많지만, 팬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비교적 적다.
그래서인지 한국 내 공연 문화가 활발한 데 비해 일명 주류 연주회의 객석에서는 한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비올리니스트 용재 오닐이 수석 주자로 있던 권위있는 연주기획단체인 ‘카메라타 퍼시피카(Camerata Pacifica)’ 정기 연주회에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이 협연한다는 반가운 소식에 갔다. 이 무대에 김유은이 서게 된 것은 팬이자 같은 한인으로서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d 단조는 유명해서 오히려 부담갈 수 있는 곡이지만, 이미 한인보다 주류 사회 팬을 더 많이 확보한 연주자답게 김유은은 진지한 해석을 바탕으로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번 연주는 음악감독인 아드리안 스펜서가 그녀의 연주회에 몰래 가서 무대를 직접 확인한 후 초청하여 성사되었다고 한다. 스펜서 감독은 바흐 카메라타(Bach Camerata)에서 1994년 카메라타 퍼시피카(Camerata Pacifica)로, 무척 동료애가 느껴지는 이름으로 개명한 후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을 위한 탐구적 무대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음악가의 개성은 청중의 개성과 일치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편견을 깨는 무대를 선보이는 데 앞장 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꾸며진 대표적 무대에서 또 한 명의 한인 연주자를 만날 수 있었다.
퍼쿠셔니스트이자 마림바 연주자인 정지혜는 유니크한 퍼포먼스에 이어 생소하지만, 충격적일 만큼 뛰어난 연기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무대 설치도 보통의 클래식 연주회와 다르게 꾸며져 퍼포먼스를 보기 전까진 모두 그 이유에 대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긴 역사에 비해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독주곡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마림바의 연주는 그렇게 무대 장치부터 특이하고 신선했다.
김유은과 정지혜 모두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등 명문 코스를 밟은 후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이다. 이렇게 연주는 물론 퍼포먼스까지, 미국 주요 공연 무대에서 보여주는 한인들의 활약은 기대 이상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어디를 가도 보이는 한인 예술가들의 활약은 감동적이다.
자, 이제 우리 청중의 차례이다. 인지도에 따라 다니고 무료 입장료에 기꺼이 가는 그런 청중은 필요 없다. 무대와 객석은 서로 소통이 될 때 감동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의 개성이 청중의 개성과 일치한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이다. 클래식 음악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지금의 연주자들이 수백 년 전의 음악이라고 해서 수백 년 전 사람들과 똑같이 연주하는 게 아니다. 인류가 발전하고 생각이 변화하듯이 연주자들 또한 발전하고 지금 청중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개성을 창출한다. 이러한 무대에 우리 한인 예술가들이 주류로 오른 만큼 우리 한인 청중들도 주류가 되는 날, 무대와 객석의 소통이 감동을 더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 YASM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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