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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시의 영토

절벽 밑으로 깊고 넓은 강이
 
검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어
 
그 절벽을 따라 난간도 없는  
 
길을 걷고 있었지
 


앞에 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발만 땅에 심고 몸을 강 위로 던지는 거야
 
나도 모르게 그들 위로 넘어지자  
 
우리는 모두 빗금을 그으며
 
허공에 매달려
 
한 덩어리가 되어 흔들거렸지!
 
내 위를 덮친 한 치과의사가  
 
내 왼쪽 어금니를 시원하게
 
스케일링하기 시작했어.
 
난 내 치아 사이의 통증과
 
시원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쾌감까지 즐기고 있었지!
 
갑자기 그 치과의사는  
 
치아 사이에서 뻗어 나온 주사기를  
 
내 손에 쥐여주며
 
척수를 빼라고 지시하는 거야
 
‘얼마나요’ 하고 물으니
 
‘그냥 이렇게’ 하며
 
주사기를 통해 척수를 허공에 흩뿌리는 거야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요’
 
‘계속 계속’
 
그 주사기는 신들린 듯  
 
허공에서 춤을 추고
 
‘그만’ 하는 소리 없는 내 고함
 
에코만 울리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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