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청춘 3명의 백두산 겨울연가
브레이킹 아이스
(The Breaking Ice)
겨울 폭설이 내리는 며칠간의 짧은 기간 동안 20대 청년 세 명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의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배경지의 우아함을 최대한 노출시키는 촬영, 고전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솔직하고 진지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는 첸 감독의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도 변함이 없다.
영화는 중국 북부의 국경 도시이며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연길시를 배경으로 한다. 나나(저우 동위)와 한샤오(추샤오추)는 연길에서 태어난 조선족 청년들이다. 연길을 떠나고 싶어 하는 그들이지만 처해 있는 상황이 늘 여의치 않다.
나나는 관광 가이드 일을 하고 있고 한샤오는 부모들이 운영하는 한식당 일을 돕고 있다. 한샤오의 마음에는 내심 나나를 향한 사랑이 있다. 하지만 나나는 그를 친구로만 대한다. 상하이에서 온 청년 하오평(류하오란)이 나나의 관광 버스에 손님으로 오른다. 그는 나나의 시선을 끈다.
나나가 하오평을 한샤오에게 소개한다. 세 사람 사이에 묘하고 차가운 기류를 안고 그들은 눈 덮인 장백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나는 하오평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한샤오가 이를 알게 된다.
그들은 각자 외롭다. 나름의 상처에 외로운 모습이 서로 다르다. 피겨스케이터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나와 음악에 소질이 있는 한사오는 도시 남자 하오평이 부럽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 충동이 있다.
이들의 며칠 동안의 삼각관계는 눈덩이처럼 둥글게 보이기도 하고 고드름처럼 차갑고 아프게 느껴진다. 상처는 다른 사람들이 개입함으로 저절로 치유되기도 하다. 연변 조선족의 삶에 묻어있는 한국의 고유한 정서가 영화에 묻어있다.
세 사람은 백두산 천지를 보러 여행을 떠난다. 중국 북부 지방의 얼어붙은 겨울 풍경이 장관이다. 안개 때문에 천지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리랑’ 음악이 흐른다. 첸 감독은 한국 민요 아리랑의 가사로 영화의 메시지를 대신한다. 우울한 단조 멜로디에 이어지는 아리랑의 가사, 나를 버리고 가는 님은…. 누가 누구를 버리는지는 각자의 처지에 달렸다.
삶은 결국 혼자 이루어가야 한다는 슬픈 깨달음이 길게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의 중국어 원제는 ‘연동’, ‘겨울연가’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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