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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노래가 흐르는 길

최용완 건축가·시인·수필가

최용완 건축가·시인·수필가

색은 빛이 만들어낸 신비스러움이요, 노래는 소리가 만드는 아름다움이다. 새벽 햇살이 어둠을 몰아내고 새들의 노랫소리에 산과 들이 꿈에서 깨어나는 아침, 새날은 기지개 켜고 일어나 새로운 전설을 꾸미기 시작한다. 아기가 자라며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사랑에 행복해 즐거운 듯 노래하고 춤을 추어 보인다. 이 땅 위에 사람도 말을 하기 이전부터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으리라.
 
아기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은 우리 생명의 지난날들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아기의 잉태 과정부터 정자가 수억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생존경쟁이다. 이후 어머니 뱃속에서 성장하며 많은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마치 인류가 태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탯줄이 끊기고 소리 내어 우는 때까지 인류의 창조는 진화의 순서이었음을 이야기해 준다.
 
우리는 모두 한 우물에서 왔다. 뿌리를 찾아가면 모두 한곳에 모이고 뿌리가 있기 전에 씨앗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노래, 창은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누어 문자가 있기 이전부터 노래에서 노래로 전해져 민요, 설화, 무가, 판소리들로 오랜 옛날의 이야기가 후세에 전해졌다고 한다. 노래는 언어로 발달하고 언어는 문자를 만들고 문자는 문학을 탄생시켜 우리가 즐겨 쓰는 시는 문학의 어머니가 되지 않았을까.
 
시를 쓰는 시간이면 즐겁기만 하다.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각과 느낌을 마음에 담아 상상의 날개는 한없는 공간을 오르내리며 온 우주를 누빈다. 창작의 희열에 취했다가 깨어나 가끔은 독자가 되어 나를 돌이켜 보며 현실을 관조하기도 한다. 오감을 동원하여 감각적으로 그려 보이면 묘사를 하고 은유적으로 암시하면 독자도 나름대로 전율을 느껴 작가의 느낌을 상상 속에 더욱 선명하게 공명하여 시의 주제는 더욱 깊은 감동으로 전해진다.
 
달 밝은 밤 둘이서 언덕 위에 앉아 손잡고 부른 노래는 가슴을 울려 새로운 인생길이 열린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가족을 꾸려가는 삶은 한없는 기쁨과 어려움을 겪고 하늘이 모든 목숨에 내려준 임무였음을 지나고 난 세월을 돌이켜 본다. 이제 내 한평생 노래하고 말하고 글을 쓰게 되어 이 땅 위에 자국을 남기었다.
 
사랑이 있었기에 종교가 있고, 노래와 춤이 있었기에 예술이 있고, 이성이 있었기에 과학이 있어 우리는 영성, 감성, 이성의 세 다리를 짚고 고구려의 삼족오(다리 셋의 까마귀)처럼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의 막내는 성숙한 어른이 된다. 그리고 그들이 낳고 키울 우주세대는 성스러운 믿음, 고귀한 예술, 우주를 나르는 과학으로 인류의 황금기를 맞을 것이다. 막내가 길러낸 우주세대는 인공지능을 가진 죽지 않는 기계 인간으로 우주 안에 보금자리를 찾아 별나라에서 노래 부르며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최용완 / 건축가·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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