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읽는 세상] 오! 사랑하는 아버지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제목만 보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노래처럼 보인다. 제목뿐만 아니라 멜로디도 그렇다. 그 서정적인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아버지를 존경과 사랑이 담뿍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딸의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이런 상상과는 거리가 멀다.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딸이 아버지에게 결혼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 내용이 거의 협박 수준이다. 그녀는 만약 자기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강물에 몸을 던지겠다며 아버지를 위협한다. 그리고는 “저는 죽고 싶어요”라는 말로 다시 한 번 아버지의 놀란 가슴에 쐐기를 박는다.자기 말에 안절부절 못하는 아버지를 보고 딸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오! 신이여. 저는 죽고 싶어요”라고 노래할 때는 은근슬쩍 그것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마지막에 애원조로 “아빠, 불쌍히 여겨 주세요(Babbo, pieta, pieta)”라고 노래하지만, 사실 베키오 다리에 가서 아르노 강에 몸을 던지겠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이미 결론은 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아버지의 맹목적인 사랑을 담보로 딸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
‘오! 사랑하는 아버지’에서 “불쌍히 여겨 주세요(pieta)”는 다분히 응석이 섞여 있는 애원이다. 죽겠다는 협박으로 이미 충격에 빠진 아버지에게 살짝 간청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장치라고나 할까. 단어에 실린 멜로디는 정말로 간절하지만, 오히려 그 간절함에서 과장 연기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렇게 이 노래는 짐짓 불쌍함을 가장하고 있다. 멜로디는 더 없이 간절하고 서정적이지만, 그 내용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산적이다. 이런 정서와 내용의 충돌이 웃음을 자아낸다. 정서와 내용은 그 충돌이 크면 클수록 더 큰 웃음을 유발하는 법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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