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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현역’으로 살고 싶은 꿈을 꾼다

2023, 계묘년이 서산에 걸렸던 노을처럼 저물었다. 한 해가 저문다는 게 새해를 맞는 기쁨일 수도 있지만, 새해라고 해서 어제의 시간과 다를 것은 없겠으나 한 해가 가면 내겐 그만큼 촛불이 녹아내리듯 온몸이 사그라져 내릴 것이기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몸은 세월과 함께 쇠약해지더라도 정신만큼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이가 들면 활동영역이 좁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움직이는 시간은 줄어들고 생각이 많아지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잦아진다. 잡아야 하는 것과 놓아야 하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니 자연스럽게 내 생의 마지막 순간, 육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하는 웰다잉, 즉 잘 죽는 것을 생각하며 여생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일하는 게 아니겠는가 싶다. 하루하루 가까이 다가오는 이별 앞에 위축되어 할 일 없이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삶의 의미를 잃게 한다. 인간의 참된 삶의 의미는 일 자체가 주는 순수한 보람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정신력이 떨어지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는 일뿐이다. 어떤 세월도 어떤 공간도 내가 남기는 글을 멸망시킬 수 없을 것이기에 나는 외로움에서부터 글을 쓰게 되었다. 쓸쓸하고 고독해서 이것이 나의 인생을 전환 시켜준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단 한 번 주어진 인생길에 내가 열정적으로 살다 갔다는 무엇 하나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일 것이다.
 
만인이 알아줄 훌륭한 글들은 아니나 나는 지금껏 내 삶의 이야기가 물들어 있는 글들을 묶어 몇 권의 책으로 출판하며 나만의 삶의 흔적을 조금 남겼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살이 경험들이 내 삶에 굳은살처럼 박혀 연륜이 쌓이면서 그 연륜과 함께 살다 보니 이제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지고 깊어진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나이 벽 속에 나 자신을 가두지 않고 용기백배하여 외로움의 힘으로 내 가슴에 들어 있는 사랑과 그리움에 대해 바다와 같은 깊은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웰다잉은 죽는 순간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는 일이다.
 
누군가 작가는 꿈꿀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늙어도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여 이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글 쓰는 현역으로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꿈이 있다. 꿈이 있으니 소망을 갖는다.
 
맞이한 새해에도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은총의 햇살 아래 현역으로 살고 싶은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나의 소망을 위해 은혜를 베푸시는 전능하신 그분께 나는 두 손 모아 기도 드리리라.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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