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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시대 백인의 탐욕·죄악 탐구, 2023년 최대 걸작…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

스코세이지·드니로·디카프리오 압도적 경지
고정관념 배제 백인 극도의 악인으로 묘사

‘킬러스오브플라워 문’은 2024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남우조연상(로버트 드 니로), 여우조연상(릴리 글래드스톤) 등 다수 부문에 후보를 낼 것이 확실시되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감독의 또 하나의 매스터피스이며 2023년도 최대 걸작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자신의 두 페르소나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탐욕에 찬 백인, 극도의 악인들로 표현한다. [Paramount Pictures]

‘킬러스오브플라워 문’은 2024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남우조연상(로버트 드 니로), 여우조연상(릴리 글래드스톤) 등 다수 부문에 후보를 낼 것이 확실시되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감독의 또 하나의 매스터피스이며 2023년도 최대 걸작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자신의 두 페르소나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탐욕에 찬 백인, 극도의 악인들로 표현한다. [Paramount Pictures]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 있는 인디언 오세이지 부족 소유지에서 석유가 발견된 후 60명이 넘는 오세이지족들이 연이어 살해된다. FBI는 이 지역에 수사관을 파견한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초연됐고 2024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남우조연상(로버트 드니로), 여우조연상(릴리 글래드스톤) 등 다수 부문에 후보를 낼 것이 확실시되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잃어버린 도시 Z(Lost City, 2016)'의 원작자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 논픽션이 원작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또 하나의 매스터피스이며 2023년도 최대 걸작이다.  
 
미국의 건국 이야기는 유럽의 후손들인 백인들이 대서양을 건너와 대륙을 가로질러 가는 곳마다 인디언들을 죽이고 추방하는 일로 시작된다. 백인들을 문명의 선봉자로 묘사한 할리우드 카우보이 영화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카우보이들은 적대적이고 조악한 인디언들에 맞서 거침없이 전진하며 그들의 영토를 빼앗는다.  
 
인디언 커뮤니티는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부정적 이미지에 항의해 왔지만 아직도 미국 대중의 의식 속에는 백인은 선하고 인디언은 악하다는 고정 관념이 뿌리 박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잘못된 고정 관념은, 오세이지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의 서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원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던 스코세이지 감독의 지난 작품들의 완결판이라 해도 좋을 만큼 완성도의 경지가 압도적이다.
 
백인들은 오세이지 부족의 석유를 탈취하기 위해 60명 이상의 오세이지 부족 인디언들을 총기난사, 약물중독, 폭탄 테러 등의 방법으로 살해한다. [Paramount Pictures]

백인들은 오세이지 부족의 석유를 탈취하기 위해 60명 이상의 오세이지 부족 인디언들을 총기난사, 약물중독, 폭탄 테러 등의 방법으로 살해한다. [Paramount Pictures]

‘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은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건을 면밀하게 극화한, 미국 흑역사의 치부를 해부하는 영화이며 백인들의 팽창주의와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화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자신의 관객들이 오세이지족이 겪었던 비극적 사건을 인디언이 등장하는 이전 서부 영화의 한 형대로 소비하게 될 것을 예상한다. 그리고 감히 관객들을 고정 관념의 주체로 대상화하면서 드라마로서의 카타르시스를 애초에 제거해 버린다. 대신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들을 탐욕에 찬 극도의 악인들로 표현한다.  
 
1920년대 기회의 땅 오클라호마로 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다른 주의 비옥한 땅에 거주하다 쫓겨난 오세이지 부족도 오클라호마의 황량한 지역에 정착한다. 얼마 후 오세이지 부족이 연방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땅에서 미국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지가 발견된다. 그들에게 엄청난 부가 배당된다.  
 
오세이지 부족은 목장주이며 석유상의 위치에서 백인 하인과 운전사를 고용하고 귀족처럼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다. 이제까지 영화를 통해 접했던 미국의 개척사에서 보지 못한 장면들이다. 영화 속 인디언들의 기이한 일상은 오늘의 미국인들에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텍사스 주 출신의 백인 윌리엄 킹 해일(로버트 드니로)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오세이지 부족의 석유를 탈취하기 위해 청부 살인을 자행한다. 60명 이상의 오세이지 부족 인디언들이 총기난사, 약물중독, 폭탄 테러 등의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1대 페르소나 로버트 드니로와 2대 페르소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감독의 과거 영화들에서처럼 영웅도, 의인도 아니다. 그들은 감독이 원하는 만큼의 혐오와 증오의 대상들이며 분노 유발자들이다. 이 위대한 두 배우가 왜 스코세이지의 페르소나 배우로 수십 년을 함께 해왔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디카프리오는 하찮고 품위 없는 인간 어니스트를 연기한다. 역대 최고의 연기라는 평가와 함께 2016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오스카상 수상을 점쳐본다. 드니로는 겉으로는 주변의 존경을 받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체는 탐욕의 화신이며 이중적이고 사악한 노인 윌리엄 킹 해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스코세이지 감독과의 10번째 협업.  
 
삼촌 해일이 나무판자로 어니스트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는 장면이 있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다 걸린 조카에게 벌을 주는 이 코믹한 장면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어니스트에게도 모욕적인 순간이지만 해일 자신은 보다 더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자다.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자신의 탐욕에 대한 자각의 표현일까.  
 
영화는 오세이지족이 백인들에게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백인들의 욕망, 살인과 약탈, 배신에도 불구하고 오세이지 부족은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다.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자본주의는 이 땅에 패악을 불러왔지만 오세이지 부족의 선조들은 독립과 저항 정신을 물려주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 미국 소시민들의 자본주의(petite bourgeoisie)는 과연 탐욕과 배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고통스럽게 지루하다. 3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 때문이 아니다. 우리의 오늘이 저들의 고통 위에 있음이 내내 우리의 양심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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