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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푸른 용의 기상으로 힘차게!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2024년 새해는 갑진년, 푸른 용(靑龍)의 해다.
 
우리 모두 청룡처럼 상서로운 기운으로 힘차게 날아오르고, 용꿈 많이 꾸시기를! 제발 용두사미가 되지는 마시기를! 무엇보다도 청룡의 막강한 힘이 작용하여 이 땅에서 전쟁이 사라지기를 빌고 또 빈다.
 
용은 우주의 섭리에 관한 옛사람들의 크고 깊은 생각과 상상력이 빚어낸 상상의 동물이다. 중국의 옛 문헌에 따르면, 용은 동물이 가진 최고의 무기를 모두 갖추고 조화능력이 무궁무진한 존재다.
 
용은 물의 신(水神), 나라를 지켜주는 호국수호신, 왕의 상징, 출세의 등용문, 귀신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오는 신, 음악과 관계 깊은 존재 등의 의미를 가진 영험한 존재로 5000여년 긴 세월 동안 우리 동양인의 정신세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여러 문헌의 기록과 신비로운 신화전설, 민간신앙, 미술작품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자유롭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은 매우 다르고, 시대나 환경에 따라서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재미있는 논란도 생긴다.
 
예를 들어, ‘용의 발가락과 발톱은 몇 개인가?’라는 물음도 그렇다. 옛날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 사이의 정치적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시절에는 중국의 황제만이 다섯 발가락의 용을 사용할 수 있고, 한국의 왕은 네 발가락의 용을, 일본의 왕은 세 발가락의 용으로 규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 고조(高祖) 때는 제왕과 제1, 2 왕자만이 다섯 발가락의 용을 쓸 수 있고, 제3, 4 왕자는 네 발가락의 용을 쓰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용을 왕권의 상징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발생한 희극이다.
 
궁중 미술이나 정통미술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했다. 하지만, 민화(民畵) 같은 서민미술의 세계에서는 다섯 발가락의 용 그림이 자유롭게 나타난다. 그따위 규정은 당신네 높은 분들 사정이고, 우리네와는 아무 상관 없소이다 하는 통쾌한 배짱이다.
 
이처럼 알량한 권력 따위에는 굽히지 않는 뚝심은 우리 문화를 떠받치는 든든한 저력 중의 하나다. 오늘날에 되살려야 할 정신적 유산이기도 하다. 유식한 말로 ‘민중의 저항정신’이다.
 
서민들의 진솔한 삶에서 태어난 탈춤이나 판소리, 꼭두각시놀음, 굿 등에 나타나는 속 시원한 풍자와 해학, 반골 기질, 비판 정신은 참으로 엄청난 세계다. 탈춤판에서 양반을 신랄하게 조롱하며 골려 먹고, 스님을 야유하는 장면 등은 참으로 통쾌하다.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민화에는 벽사(?邪) 동물도 무섭거나 징그러운 모습보다는 부드럽고, 맑고, 친밀감 넘치는 모습으로 묘사된 작품이 많다. 까치 호랑이, 도깨비, 해태 등이 좋은 예이고, 용도 마찬가지다. 바보스러운 표정도 있고, 할아버지 얼굴 같은 푸근한 것도 있고, 토끼처럼 귀여운 모습도 나오고, 심지어는 용두를 남근 모양으로 그린 매우 해학적인 모습도 나타난다.
 
이것은 불합리한 세상을 향한 단순한 불평불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건강한 꿈과 자기 사랑의 결정체다. 선량한 백성들의 삶은 비록 가난하고 누추했지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은 것이다. 바로 그런 점이 오늘날에 되살려야 할 정신이고, 세계로 뻗어가는 K-아트의 경쟁력이라고 믿는다.
 
아무쪼록 청룡의 밝고 힘찬 기상으로 새해의 모든 날이 건강과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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