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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소수인종학과 미주한인사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2024년을 시작하면서 부끄럽지만 필자의 이야기로 칼럼을 시작하려고 한다. 한인 사회라는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경사라고 생각해 겸연쩍지만 소개한다. 지난해 5월 학과장으로부터 정교수 스텝(Step) VI로 승진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만장일치의 찬성이었다는 서한도 함께 받았다. UC계열 대학에는 조교수, 부교수, 그리고 정교수 제도가 있는데  Step VI로의 승진은 정교수가 된 이후 또 한 번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Step VI으로의 승진은 UC 교수로는 거의 최고 직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UC 교수가 된 지 31년만의 성과라 스스로 자랑스럽고 이끌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필자는 1970년대 중반 18세에 이민을 왔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군에 입대했고 커뮤니티 칼리지 졸업 후 UC 버클리에서 학사, UCLA에서 석사, 그리고 다시 UC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UC리버사이드에서 종신 교수가 됐고 이번에 Step VI를 취득한 것이다. 아마 UC 인문사회학 분야에서 한인 이민자 출신으로는 필자가 처음일 듯싶다.    
 
필자는 지난 30여년 학문적으로 외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UC버클리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한인들에게는 생소한 학문인 아시안 아메리칸학과 소수인종학을 전공했다. 1990년 5월 UC버클리애서 소수인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이민 후 영어와 씨름하면서 힘들게 공부한 지 16년 만이었다. 필자에게는 ‘미국 최초의 소수인종학 박사’, ‘소수인종학 박사 1호’ 등의 칭호가 따라다녔다.  
 
당시 소수인종학은 생소한 학문이었는데 특히 ‘단일민족의 우수성’을 가르치던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새로운 학문 세계였다. 소수인종학은 미국 내 인종 문제를 소수계의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학문이다. 1960년대 말까지 미국의 학문은 백인 주도로 백인의 시각에서 백인을 위한 것이었으며 소수인종은 배제되었다. 모든 것이 백인을 위한, 백인의 시각과 관점을 반영할 뿐 미국 사회에 대한 소수 인종의 공헌은 무시되었고 인종 차별은 정당화되었다.  
 


필자가 소수인종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4년 미국 이민, 1975년 미군 입대, 1980년 UC버클리 입학의 삼박자가 맞아서 생긴 결과다.  
 
필자가 박사 학위를 받은 지 30년이 된 해인 2020년 캘리포니아 주는 소수인종학을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이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교육국의 ‘교과목 심의 커미션 (Instructional Quality Commission)’은 2020년 11월 19일 오후 2시 22분쯤 미주한인사 7개를 포함, 29개 학습 지도안 (Lesson Plans)을 모두 통과시켰다. 미주한인사는 6개 주제로 7개의 학습 지도안이 포함되어 있는데 필자는 그중 김영옥, 도산 안창호, 그리고 LA 폭동과 인종 문제 등 3개 학습 지도안을 작성했다. 그리고 다른 저자들이 새미 리 박사,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에 관한 2개 레슨 플랜과 K-팝 학습 지도안을 작성했다. 이 학습 지도안은 2021년 3월 캘리포니아 주 교육국 이사회에서 최종적 통과됐다. 소수인종학 모델 커리큘럼에 7개의 미주한인사 학습 지도안이 포함된 것은 한인 교육자들이 단합해 이루어낸 쾌거다. 소수인종학 학자로서 매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보람된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를 계기로 미주한인사 학회가 시작되었고 내년에는 UC 리버사이드에서 제3차 미주한인사 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제는 소수인종학과 미주한인사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을 양성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선생님들은 모르는 주제는 가르칠 수 없다. 현직 선생님들은 소수인종학 또는 미주한인사를 접하고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재교육을 통해 미주한인사 교육이 현장에서 잘 이루어지도록 제도 보완을 해야 할 시점이다.
 
미주한인사 교육은 차세대 한인 청소년들에게 코리안 아메리칸의 역사의식과 자긍심을 갖게 해주며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또한 미주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타인종 학생들에게도 가르치는 것은 다인종, 다민족 사회 공동체 구성에도 기여하는 일이 된다.

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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