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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비주의와 넘치는 폐기물

정 레지나 LA 독자

정 레지나 LA 독자

쇼핑시즌과 파티시즌이 지난 후 동네 쓰레기통들이 입을 벌린 채 있다. 미국인들은 과하게 물품을 구매하고 짧은 시간 사용한 후 미련 없이 버리는 습성이 있다.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시기이지만 소비주의 풍조와 우리 자신의 소비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통상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기간의 폐기물은 평상시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5%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인의 하루 평균 쓰레기양은 5파운드다. 현재 미국은 세계 인구의 4%를 차지하지만 폐기물 배출량은 12%를 점유한다. 여기에는 매년 84만 톤의 플라스틱 접시와 컵, 340만톤의 기저귀, 820만톤의 의류와 신발, 91만톤의 수건·시트·베개 커버가 포함된다.  
 
소비는 미국의 정체성처럼 보인다. 소비주의는 역사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상호작용의 복잡한 결과물이다. 2차 대전 이후 대량생산, 광고, 혁신적인 신용제도가 소비문화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제 발전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가 미국인의 꿈이 되었고 소유가 성공으로 여겨지면서 소비주의가 확산했다.  
 
1950년대 도심 밖의 교외 지역이 발전하면서 많은 주택이 건축되었고, 내부는 가구와 가전제품으로 채워야 했다. TV를 통한 달콤한 광고는 최신 제품과 멋진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소비자의 열망을 자극했다. ‘소비는 자아 표현이며, 브랜드는 정체성과 지위의 상징’이라는 문구에 세뇌됐다. 그 당시 자주 언급되던 ‘존스 가족 따라 하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다. 경제적 능력이 없음에도 이웃의 소비 수준에 맞추려고 동일한 제품을 구매하고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그 후, 1980년대 개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부상은 소비주의를 더욱 확산시켰다. 고급 브랜드는 부의 상징이 되었고, 크레딧카드의 등장으로 수입 이상의 소비가 가능해졌다. 1990년대의 세계화 역시 다양한 제품에 접근을 쉽게 함으로써 소비를 부추겼고,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는 전례 없는 쇼핑의 편리성을 제공했다. 더불어 소셜네트워크는 물질적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쇼핑하려면 현금이나 크레딧카드, 혹은 최근 인기 있는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buy now-pay later)’하는 할부 시스템 가운데 한 가지를 이용해야 한다. 2023년 말 미국인의 총 크레딧카드 부채는 1조800억 달러 이상이며, 할부 구매 부채는 대략 460억 달러다. 미국인은 학교 개학 시즌인 9월부터 쇼핑을 시작해 세일이 많은 11월과 12월에는 소비를 늘린다. 이후 1월과 2월에는 생활비를 10% 정도 줄여 크레딧카드빚을 상환하거나 비상금을 충전한다.
 
소비주의 옹호자들은 소비가 혁신,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라 주장한다. 또한, 소비 강도가 미국 경제 건전성의 척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비 촉진으로 경제 성장을 꾀하면서 폐기물의 축소를 강조하는 것은 지속 불가능한 논리다. 소비주의는 다각적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문제이며, 미국인의 쇼핑 액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소비주의는 낭비와 환경파괴로 이어진다. 주요 도시마다 폐기물로 인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 LA카운티도 예외가 아니다. 카운티에서 두 번째로 큰 쓰레기 매립지인 치키타 캐년 매립지는 화재로 주변에 악취가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6월 “폐기물 관리 및 처리는 그 국가의 문화와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들은 분리수거와 쓰레기 감축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인들은 식당에 갈 때 용기를 들고 가 남은 음식을 싸 온다고 한다.  
 
새해에는 일회용품 안 쓰기, 재활용과 재사용, 물건 대신 경험 선물하기, 음식 낭비 최소화, 필요한 것만 구입하기 등 일상에서 폐기물을 줄이는 노력이 확산하길 기대한다.

정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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