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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트럼프와 이민자 그리고 한반도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의 피’는 미국을 더럽힌다고 했다. 충분히 예상되던 말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선거 전략은 언제나 반낙태, 반동성애자, 반이민자 정책이다. 이를 통해 보수 백인들의 표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은 다른 공화당 대선 후보들보다 언제나 더 과격하다. 그래서 이민자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미친 듯한 지지를 얻는다.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은 잘못됐다. 미국 민주주의가 이미 망가져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이 이른바 ‘수퍼팩(Super PAC)’을 통해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댈 수 있고, 비합리적인 선거인단 제도는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도 떨어질 수 있게 만든다. 철저한 승자 독식 제도는 거대 양당만 돕고 소수정당의 정치 진출은 가로막는다. 일부 주에서는 총기 구매가 선거 참여보다 더 쉽다고 할 정도로 시민들이 투표하는 데 수많은 장애가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무덤이 되고 있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투표해야 희망이 있다. 다만 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찍을 후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또한 거대 양당 중심의 승자 독식 제도가 주는 피해다. 하지만 어쩌겠냐. 선거 제도 개혁은 더 멀리 보고, 코앞에 닥친 선거에 참여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다.
 
내년 대선은 한반도에도 미칠 영향이 크다는 말이 많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북미대화가 다시 시작돼 한반도 전쟁 위기가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은근히 그가 이기길 바라는 한국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과 학자들이 꽤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더 망가지더라도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어처구니가 없다. 옛 트럼프 정권의 실패를 한 번 경험했는데도 그 당시 이를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뉘우침이 없는 탓이다. 당시 트럼프의 헛발질은 남북과 북미 관계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하였다. 바이든, 트럼프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들이 한반도를 위해 평화정책을 펼쳐 전쟁 위기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꿈은 당장 접기를 바란다. 자진해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줄 미국 정치인은 없다. 미국 유권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떠밀려 노력할 수는 있어도 그들이 스스로 나설 일은 없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는 결코 동떨어진 사안이 아니다.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바라는 사람들은 언제나 평화를 원한다. 전쟁을 바라는 사람들은 ‘더러운’ 이해관계를 가진 소수이며 이들은 민주주의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주의가 망가진 탓에 소수에 의해 정책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미주 한인을 포함한 양심적인 미국의 유권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이에 앞서 정치인들의 선심을 기대하면 툭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더구나 ‘이민자의 피가 더럽다’는 막말을 하며 인종차별을 일삼는 사람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기대한다면 닭 쫓던 개도 어이가 없어 웃을 일이다. 이민자의 피는 더럽지 않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미국을 더럽힌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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