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죽음…영정 사진은 주민등록증
한인 무연고자 극단적 선택
김요한 신부 장례식 열어줘
반신불수로 외롭게 셸터 생활
“마지막 해줄 수 있는 건 장례”
세인트제임스교회 김요한 신부(68)는 지난 7일 그를 위해 조촐한 장례식을 열어줬다. 평소 찍어둔 사진 한 장이 없어 한국 주민등록증을 영정 사진으로 대신했다. 조문객도 없다. 작은 민증 속 박씨는 액자의 휑한 여백 탓에 더욱 쓸쓸하게 비쳤다.
박씨는 지난 4일 LA한인타운 갤러리아 마켓 4층 주차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투신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LA카운티검시소에 따르면 박씨의 사인은 둔상에 의한 다발성 외상이다.
박씨에겐 가족이 없었다. 경찰은 박씨가 평소 머물렀던 곳에 연락했다. 김 신부가 운영 중인 21가 인근 한인타운내 셸터(2251 W 21st St)다. 김 신부는 “반신불수로 고생했었는데 그날 아침에 일찍 셸터를 나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그래도 셸터에 온 후 메디칼 혜택도 받고 삶이 좀 풀리는가 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가 셸터에서 생활한 지는 2년째다. 지난 2021년이었다. LA국제공항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박씨는 병원 치료 후 LA총영사관에 인계됐다. 이후 총영사관 측에서 박씨를 김 신부에게 위탁하면서 셸터와 연이 닿았다.
셸터로 들어온 후 박씨는 그래도 살고자 했다. 김 신부의 도움으로 간병인 혜택도 신청했다. 극빈층이라 정부로부터 월 1000달러 남짓 생활비도 받았다. 그래도 굴곡진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김 신부는 “몸이 불편해서인지 셸터 내에서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않았다”며 “찾는 이도, 가족도 없으니 말없이 혼자 술을 마시면서 외롭게 지냈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신부가 운영하는 셸터에는 무연고자 20명이 살고 있다. 방은 다섯 개다. 한 방에서 3~4명씩 생활 중이다. 박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같이 살던 이들은 내심 정이 들었다. 말없이 먼저 떠난 이를 위해 장례식에서 나름 한 상을 차렸다.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 그리고 소주 한 병 등을 놓았다.
셸터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낯설지 않다. 종종 있는 일이다. 김 신부는 “셸터를 운영하면서 무연고자들이 떠나는 걸 워낙 자주 보다 보니 그들을 위해 마지막에 해줄 수 있는 건 조촐한 장례식뿐”이라며 “이곳 사람들은 언제라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정을 떼고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떠난 박씨 역시 소유물은 거의 없었다. 방을 비우는 일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셸터 사람들은 덤덤하게 그렇게 또 한 명을 떠나보냈다.
▶셸터 도움 주실 분:(323) 244-8810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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