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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사회물리학] 성탄의 침묵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본체인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항상 기쁘고 즐겁다.  
 
그러나 성경에서 밝히는 예수님의 탄생 전 상황은 매우 급박하고 위험했으며 잔인했다. 마리아가 잉태하기 여섯 달 전에 제사장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는 요한을 낳게 될 것이라는 천사의 고지를 받게 된다. 노년의 사가랴는 아들을 낳게 될 것이라는 주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전해준 소식을 믿지 못했다. 그리하여 사가랴는 이 때부터 요한이 탄생할 때까지 벙어리로 지내게 된다.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나서 같이 살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가 돌에 맞아 죽는 형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요셉은 마리아와 조용히 파혼하려고 하였지만 주님의 천사가 말한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아기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만삭의 마리아는 호적 등록을 하기 위해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에 있는 베들레헴까지 약 144km를 여행하고 나서 한 여관의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를 출산하고 아기를 말구유에 뉘어 놓았다.  
 
동방박사들이 헤롯 왕에게 그리스도가 태어난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돌아가자 헤롯 왕은 베들레헴 주변의 두 살 짜리로부터 그 아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
 
예수님의 탄생 전에 벌어진 사건 속에는 긍정적인 침묵이 담겨있다. 사가랴는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정하기 전까지 10개월을 벙어리로 지내며 침묵한다. 사가랴는 침묵의 시간을 통해 깨달은 예언의 말씀을 노래하며 메시아인 예수를 통하여 이루실 구원을 예비하는 선지자로서 요한을 축복한다. 요셉은 약혼자 마리아의 잉태 사실을 침묵하고 같이 살면서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한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가 탄생한 장소에 대해 침묵하고 돌아갔다.
 
성서에서 침묵은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를 모두 갖는다. 성서 안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창조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침묵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말씀이 생명을 의미하는 반면 침묵은 혼란과 어둠, 우상과 죽음으로 묘사된다. 구약에 나오는 스올(sheol)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자들이 머무는 침묵의 장소이다.  
 
생명과 말씀이 끊어진 부정적인 침묵의 상태이다. 우상들은 침묵하는 벙어리이다. 우상은 생명의 말씀을 간직하지 못해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불통의 허수아비이다. 평안의 축복을 말하지 못하는 침묵,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지 못하는 침묵, 미움과 증오의 침묵은 자신과 타자를 죽이는 살인의 침묵이 된다.
 
부정적 침묵은 긍정적 침묵의 전조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혼돈의 무에서 존재의 유를 창조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기 위해서는 침묵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인간관계 속에서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분별하는 침묵의 기술이 필요하다. 말을 조심하는 사람은 자신이 생명을 보존하지만 입을 함부로 여는 사람은 자신을 파멸시킨다 (잠 13:3).
 
현대의 성탄절은 소란스럽고 화려하다. 축하 파티와 공연 및 판촉 행사로 길거리는 인파로 가득차고 가로수는 조명으로 장식되고 가는 곳마다 캐롤이 울려 퍼진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인터넷 공간도 빨간 산타 복을 입은 캐릭터와 선물을 가득실은 썰매를 끄는 루돌프 사슴으로 채워진다. 몇몇 교회는 아기 예수가 누워있는 마구간을 형상화 하여 요셉과 마리아, 경배하는 동방박사들과 목자들을 꾸며 놓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성탄전야에 있었던 긴박한 상황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 안에 담겨져 있는 하나님의 기적적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부정적인 침묵이다.
 
현대교회는 이제 심판자로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다. 심판의 때가 언제 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하나님만 아시고 하나님은 이에 대해 침묵하신다. 오직 마지막 때의 징조에 대해 예수님은 알려주셨다. 자칭 그리스도라 칭하는 여러 이단 교주들은 임의대로 마지막 날을 정하고 사람들을 속여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기도 한다. 반대로 물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이들은 마지막이 없는 것처럼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재물을 모은다.
 
하나님의 침묵은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계시이다. 성탄절 전야를 기다리면서 스스로 침묵의 시간을 갖고 하나님의 침묵에 동참하여 침묵 속에서 공명되어 들려오는 하나님의 마음을 공감하고 하나님이 말씀을 깨닫고 자아를 성찰하면서 다시 오실 예수님을 예비하면 좋겠다.
 
[email protected]

조철수 / 목사·맥알렌세계선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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