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수상작…한 여인의 지옥에 관객은 빨려든다
추락의 해부
(Anatomy of a Fall)
지대가 높은 알프스의 외딴 산지에 자리한 오두막집에서 독일인 작가 부부 산드라(산드라 휠러)와 사뮈엘, 그리고 시각장애 아들 다니엘이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드라는 멀리서 자신을 찾아온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후 휴식을 취하고 있고 다니엘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다니엘이 귀가해보니 산드라와 다툰 사뮈엘이 눈 덮인 앞마당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경찰은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의 여부를 수사한다. 그리고 아내 산드라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다.
그러나 산드라의 범죄 동기는 추정에 불과할 뿐,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녀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다. 양성애자인 그녀가 남편보다 성공한 작가였다는 사실이 사뮈엘을 좌절하게 만든 동기로 떠오른다. 다니엘만이 어머니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 다니엘은 무엇을 목격했을까. 그도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생각할까. 산드라가 사뮈엘을 죽이기는 한 걸까.
미스터리 스릴러 ‘추락의 해부’는 악덕과 미덕의 경계를 허물고 남편과 아내, 부모와 아들 사이의 관계의 실체를 파헤친다. ‘가족’이라 불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 그러나 철저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단절되어 있던 그들의 관계. 각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욕망에 그 관계들은 파국을 맞고 사뮈엘의 죽음을 초래한다.
트리에 감독은 법정 드라마를 복잡하고 불투명하게 끌고 가면서 부부 사이의 거짓과 진실을 해부한다. 그 과정에서 산드라가 경험하는 ‘지옥’에 모든 사람이 흡인되어 버린다.
나나 호스, 율리아 옌치와 함께 독일 3대 여배우로 손꼽히는 산드라 휠러가 표현해내는 한 여성의 우울한 초상화! 150분의 상영시간에도 몰입도를 높이는 건 단연 휠러의 내면 연기다. 2023년은 심리묘사의 달인 산드라 휠러의 해임이 틀림없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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