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미술계 사로잡은 '캘리포니아 일월오봉도'
아트 샌디에이고 우수작품상
한국화가 박시현씨가 수상
친숙함 모은 새로움 '뷔자 데'
이민자 뿌리·적응 공감 불러
홍대 동양화과와 디자인 대학원을 거쳐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동하다가 캘리포니아로 건너온 지 9년째인 박 작가는, 이곳에서 정착하면서 민화가 담아 온 '상징성'과 '소원', '행복' 등의 또 다른 표현을 탐구하던 중 우리의 민화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두 문화의 익숙한 것들이 융합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인데 한 마디로 박 작가가 추구해 온 '뷔자 데 (Vuja De)'의 산물이다. 즉,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으로 번역되는 '데자 뷔(Deja Vu)'와 반대로 '뷔자 데'는 이미 친숙하지만 마치 처음보는 것 같은 새로운 느낌, 늘 존재하던 것들로 부터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창의적인 관점이다.
예컨대, 우리 민화 '책거리'에는 주로 양반의 사랑방에 있는 물건이나 책, 골동품이 소재가 된다. 또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그리고 다섯 봉우리의 산을 그린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병풍그림이다. 박 작가의 민화에는 한국적인 기본 요소와 더불어 캘리포니아의 '그리즐리 베어'나 '사막', '선인장', 그리고 '팜트리'나 '파피꽃'이 놀랄 만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 사막 한가운데 이글이글 타는 듯한 태양의 붉은 색을 배경으로 해와 달과 산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선인장과 함께 배치돼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림 속의 소재들이 다분히 이질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뚱맞지 않고 오히려 잘 어울린다. 마치 뿌리를 잊지 않은 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박 작가는 "2015년 샌디에이고로 이주해 민화를 그리며 나만의 시각과 경험을 접목하고 싶었다. 동양화를 공부하고 민화를 그리며 미국 서부에 살고있는 한국 화가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무엇일까, 내가 '나'이기 때문에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진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20여 작품을 출품했고 2점은 즉석에서 고가에 판매됐다. 후문에 의하면 박 작가의 부스는 일반 관람객들뿐 아니라 동료 아티스트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웃 작가들은 지나치는 관람객들을 이끌고 와 그의 작품들에 대해 "동양적이며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이며 독특하다"고 앞다퉈 소개하고 전통 한지와 가루 물감의 기법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박 작가는 "내년에는 샌디에이고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LA,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트페어가 연달아 계획돼 있다. 물질적인 상징뿐 아니라 문화나 의식 등 비물질적인 상징들을 접목해 더욱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세한 정보: 박시현 작가 웹사이트( www.sihyeonpark.com)/ 인스타그램(@artist_sihyeonpark)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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