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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나우] 순진했던 북미 배터리 시장 전망

지난해 12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배터리 얼라이언스’ 회의에서 2025년 한국 기업들의 북미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70%로 예상하는 발표가 나왔다. 또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규정된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제도를 활용해 19조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전해졌다. 이런 장밋빛 전망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점유율 70%’ 시나리오의 근거는 다음 몇 가지였다. 첫째, IRA는 탈중국이 목적이기에 중국 혹은 중국계 배터리 제조사는 북미 시장 진입이 어려울 것이다. 북미 시장은 한국과 일본의 제조사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북미 기원 제조사는 대부분 실패할 것이다. 셋째, 북미 지역 배터리 생산 설비 중 한국 관계사 비중이 70% 가까이 되는데, 공급 부족 덕분에 생산하는 족족 모두 팔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근거는 천진난만했다. 2023년은 이런 전제의 비현실성이 드러난 한 해였다. 미국 기업 테슬라의 4680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가 2026년 이후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연 100GWh 규모의 생산 설비를 통해 생산될 예정이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셀은 IRA 유예 기간을 잘 활용하여 북미 시장에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더해 파나소닉의 ‘중대형 배터리 사업 집중 선언’은 북미 배터리 전쟁의 긴장도를 더욱 높였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지난 1일 발표된 해외우려기관(FEOC)의 지침 초안이다. 중국 자본 지분율 25% 이상인 합작사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지침은 겉으로는 ‘조건부 불허’이지만, 뒤집으면 ‘조건부 허용’이다. 중국 민간 기업의 북미 진출 길이 사실상 열린 것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이 포드·테슬라와 준비하던 기술 라이센싱형 LFP셀합자사도 조건부로 허용된다. 앞으로 지분 25% 이하의 중국 민간 기업이 설립한 합작사가 부품·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겨날 수 있다. 오히려 우리 기업이 참가하는 양극활물질 전구체 합작사의 중국 측 지분을 낮춰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사이의 AMPC 배분율도 불리하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나쁜 소식도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LG엔솔의 연구개발 투자가 CATL에 비해 심각하게 열세라는 실상이 얼마 전 노출됐다. 양적 성장에 집중하느라 질적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했음이 밝혀지며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LG엔솔의 신임 CEO가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 더 어려워질 환경에서 규모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아낌없이 기업 리더십을 지원해야 한다.

박철완 /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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