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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 갠 오후

  비 오는 날에는
 
  작고 불편해도
 
  불편함마저 추억이 되는 이 방구석
 
  낡은 축음기에 LP판을 올리고
 


  다악닥 바늘 끝으로
 
  신경줄 긁는 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노래를  
 
  손배게 베고 듣다가 눈을 꽉 감는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은  
 
  잊었던 옛날이 물바가지에 차오르고  
 
  죄명도 모르는 거친 그리움으로 변해 있는데
 
  어느새
 
  푸르고 맑은 하늘에 솜구름이 모여
 
  뭉실뭉실 피어 있다
 
 
 
  거리를 걷는다
 
 
 
  와우, 빗발이 패인 바닥에 하늘과 구름이 내려와 있네요,
 
  검게 내려앉은 전봇대에는 전선이 길게 뻗어 있네요,
 
  헉, 공벌레마냥 동글게 웅크린 두 개의 꽁초도 널브러져 있네요,
 
 
 
  고인 물 위로 차들이 지나가면
 
  하강한 여울목은
 
  꼬부랑 할배가 되어
 
  똑딱똑딱 열심히 방망이를 두들긴다
 
 
 
  그 자리, 꼭 그 자리에서
 
  그물코에 걸려 허우적대는 태양도
 
  드러누울 곳 없이 포박당한 채
 
  난감한 북새통,
 
  붉은 깃 목.울.음은,
 
  게딱지같은 초겨울 파란만장한 세상살이
 
  불행과 고독이 진실로
 
 
 
  피를 흘리는
 
  생(生)놀이 닳아져라, 서녘 하늘이
 
  검붉게 충혈된다
 
 
 
  눈물꽃이 망울망울 핀다,
 
  문득문득 사는 게 목이 멘다,

강양욱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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