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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나우] 영국의 총선용 감세, 다음 정부에 ‘독배’

내년 총선에서 패색이 짙은 집권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감세를 단행한다면? 설령 감세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지라도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영국의 집권 보수당은 지난달 22일 200억 파운드(약 32조원) 규모의 감세를 발표했다. 올해 영국 경제가 0.6%, 내년에는 0.7%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감세로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감세의 주요 수혜자가 부자와 대기업이고, 공공지출은 대폭 줄이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크다. 보수당의 정책은 여당보다 지지율이 20%p 정도 앞선 노동당의 대규모 투자 및 증세 공약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기업의 설비 투자 등을 전액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은 기업은 물론이고 야당도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건강보험료율을 소득의 12%에서 내년 초부터 2%p 내린 것은 2년 전 자신들이 실행했던 인상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시급한 수술을 제외하고 병원 치료 대기자 수가 650만 명이 넘는데, 건보료 부담 인하로 인해 대기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보수당 정부는 물가상승을 상쇄할 만큼 공공투자를 증액하지 않는다. 건보 투자의 상당수가 정부 재정과 납부료인데, 이게 줄어들면 대기자수 증가는 뻔하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증세에도 가계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데 있다. 진보 싱크탱크 레절루션재단은 지속되는 고물가와 저성장 때문에 가구당 소득이 마지막 총선이 있었던 2019년 12월부터 다음 총선 데드라인인 2025년 1월까지 평균 1900파운드(약 310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추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OBR은 이런 대규모 감세가 앞으로 5년간 겨우 0.3%의 경제성장 증가에 기여한다고 추정했다. 2010년부터 집권 중인 보수당 정부는 1950년대 초부터 집권한 정부 가운데 ‘실질소득이 감소한(-3% 정도 예상) 유일한 정부’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감세안이 나오자 일부에서는 보수당이 총선을 내년 초로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5년 1월 말까지 총선을 치르면 되는데, 여당이 보기에 감세 효과가 실생활에 반영되는 봄이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이번 감세로 곤혹스럽다. 200억 파운드의 감세를 만회하려면 저성장 예상 속에서도 증세가 불가피하다.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감세안이 내년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노동당에 ‘독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당은 정권 획득이 목적이다. 그렇지만 무리한 감세는 두고두고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병억 /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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