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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칼럼] 투자의 간단함 (Simplicity)

이명덕 재정학 박사

이명덕 재정학 박사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며 수사였던 오컴 윌리엄의 이름을 딴 ‘오컴의 규칙(Occam’s razor)’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문제점에 대해서 여러 가지의 해결책이 존재한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 규칙은 모든 상품의 부품을 디자인할 때도 적용되는 말이다. 간단해야 조립하기 쉽고, 기능 면에서도 좋아지고, 고치기도 한결 쉽기 때문이다.  
 
이런 간단함은 기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혁신을 추구하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손안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은 인간을 달나라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수학 계산까지 할 수 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와 연결하며 소식을 주고받는다. 사진도 공유한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어느 상품도 손쉽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놀라운 기술의 혁신이다.
 
이런 놀라운 기술적 혁신이 금융기관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혁신의 가치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혁신의 가치가 금융회사와 일반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다르다는 뜻이다.  
 
‘간단한 것이 최선이다’라는 규칙이 금융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은 금융계에서 만들어낸 상품들은 혁신적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복잡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상품을 만들어 낸 금융 기업이나 파는 사람에게만 이익이 되며, 같은 상품을 소유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큰 이익이 없으며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한 예를 들어본다.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DOs)은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융 신상품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중개인은 집을 구입하려는 손님들을 은행에 소개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면서 수수료를 청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유가증권(Securities)으로 변신하며 등급이 매겨진다. 등급이라는 것은 신용등급(AAA rating)을 뜻한다. 등급을 결정하는 회사들은 유가증권에 등급을 할당하며 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리고 주식중개인 역시 이러한 유가증권을 사고팔면서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처럼 여러 중간 과정을 지나면서 반복적으로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이런 신상품은 너무 복잡하여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금융상품은 복잡할수록 수수료가 많아진다. 수수료가 많다는 뜻은 상품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상품을 구입하고 소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예로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어뉴이티(Annuity)와 같은 금융 상품이다. 이 상품 역시 상당히 복잡하다. 어뉴이티에 관한 상품 소개 책자는 작은 글씨로 300~400페이지나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반 투자자들은 어떠한 투자상품인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품들은 판매하면서 수수료로 얼마나 받는지, 매년 경비로 얼마나 부과되는지,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 실제로 돌려받는 액수는 얼마인지 등을 알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상품을 만들어 낸 금융회사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같은 상품을 소유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또한 ‘너무 듣기 좋은 말은 사실이 아닐 수 있음(Too good to be true)’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덕 /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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