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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인더스트리 플랜트 혹은 나누는 행복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테메큘라 밸리 한인 장로교회에서 공연한 하피스트 최고니와 하피스트 윤희진의 연주 모습.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테메큘라 밸리 한인 장로교회에서 공연한 하피스트 최고니와 하피스트 윤희진의 연주 모습.

도이치 그라모폰의 창시자인 에밀 베를리너의 발명 이후 일반인들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녹음 기술이 향상하고 있다. 굳이 비싼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유명 연주자의 연주를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녹음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특히 눈요기가 적은 클래식 음악 연주 무대는 흥행에 있어서 고전을 면하기 힘들어졌다.  
 
지난 1995년 동경의 도이치 그라모폰사에서 열린 24비트 녹음 기술에 대한 세미나에 갔을 때 모든 관계자들은 녹음 기술의 혁명이 불러들일 후폭풍에 대해 입을 모아 걱정했었다. 오죽하면 당시 유럽 연주가들 사이에서는 왕을 위해 연주해야 할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는 씁쓸한 농담이 오갔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왜 힙합이나 아이돌 산업은 번창하는가. 녹음으로 들을 수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어째서 대중을 선도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우리는 인더스트리 플랜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용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나름 간단히 의미를 정리해 보자면, 계획된 기획 때문에 나온 아티스트를 칭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가수 하나를 위해 다방면으로 미리 준비한 후 사방에서 동시에 터뜨리는 거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게 아니다. 시대에 맞는 음악과 스타일로 완전무장하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하지만 그렇게 대중의 트렌드를 만들고 유도하는 건 비즈니스 잘하는 큰 손들이 만든 기획 상품 덕이다. 그들은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청중까지 계산해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일반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이다. 어렵고 고루하다는 이미지가 강하고 곡도 연주가도 몰라서 못 찾아간다. 하지만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고 감동할 수 있는 무대가 흥행의 문제로 사라진다면 우리가 음반이 아닌 객석에서 느낄 수 있는 그 감동과 교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인더스트리 플랜트 대신 많은 애호가가 왕이 되고 있다.  
 
최근 본 연주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후원자 리스트였다.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소속된 타카치 콰르텟 연주회처럼 특정 재단이 후원하기도 하지만, 바이올린과 기타 듀오 유 앤 아이를 초대한 폴브룩 시, LA 성공회 교회에서 열리는 그레이트 뮤직 시리즈 등 대부분의 연주회에 적게는 25달러부터 많게는 5000달러 이상 기부한 후원자 리스트가 즐비하다. 덕분에 입장료는 무척 싸고 심지어 무료 공연도 있다. 음악을 통해 받은 감동과 마음의 위로를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나비효과를 얻는다. 바로 나누는 행복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는 기쁨. 그렇게 사회를 평화롭게 만드는 기쁨.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과연 이웃을 얼마나 생각했었나 돌이켜 본다.  
 
새해에는 이웃을 위한 선물로 좋아하는 연주 단체나 거주 도시의 문화 재단에 조금이라도 기부하고 이웃과 함께 마음이 풍족해지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 YASM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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