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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자체보다 극단상황의 사람들에 포커스”…8일 개봉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감정이입하는 인물에 따라
질문 변하는 게 영화 포인트

주거문제는 어디에나 존재
외국 관객에도 공감대 형성

오스카 출품 영광이며 부담
즐기면서 할 것은 다 할 것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 부분 한국영화 출품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연합]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 부분 한국영화 출품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 [연합]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 부분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감독 엄태화는 새로운 장르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선두주자로의 부상했다.  
 
12월 8일 LA를 포함해 북미에서 개봉 예정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에 휩싸인 서울의 폐허 속 살아남은 아파트 한 채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엄태화 감독 특유의 감정적인 깊이와 긴장감 있는 연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존중과 생존이라는 주제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황궁아파트라는 단일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통해 감독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배우들과의 호흡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제까지의 상상을 뛰어넘는 독창성과 예측불가능한 전개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무대에서의 한국 영화의 입지를 견고히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지진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이 흥미롭다.  
 
“재난 상황 자체보다는 재난 이후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었다. 재난을 소비하기보다는 재난 상황에 남겨진 사람들의 공포와 개연성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재난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엄태화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
 
“아무 생각과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집은 가족들과 쉴 수 있는 공간보다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더 강조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황궁 아파트는 유토피아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제목을 ‘콘크리트 유토피아’라고 지은 이유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접하게 된 박해천 작가의 인문 서적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따온 것이다. 아파트의 역사를 정치, 사회, 문화로 나누어 다루고 있는 이 책을 보다가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상징하고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은 이상향을 상징한다. 생존이 너무 중요해서 남을 생각할 겨를 없이 나와 내 가족만 보면서 사는 그런 삶이 과연 유토피아일까 라는 의문점에서 생겨난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손에 관한 클로즈업 샷이 많이 보이더라. 어떤 의미로 이런 샷을 만들어냈는지.
 
“손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누군가를 돕기도 하고 손으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칠 수도 있다. 배우의 얼굴로 감정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다 보여주지 않고 손으로만 표현했을 때 관객들이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제장편부문 한국 영화 대표 출품작에 선정된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영광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
 
-북미의 반응은? 미국 관객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은가.  
 
“영화를 처음 만들 때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을 파고들어가 보면 인간존중과 생존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주거문제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며, 이런 상황은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다. 다들 그런 점을 공감하면서 보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북미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4인 가족이 영화를 보고 각자 다른 캐릭터에 이입해서 격렬한 토론을 했다는 리뷰를 봤다. 각자의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인물에게 이입한 것 같다. 또 어떤 리뷰에서는 명화(박보영)가 답답하다고 비난하다가 집에 와서 자려고 보니 그렇게 명화를 비난했던 자기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무서워졌다고 했다. 이처럼 어떤 인물에게 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답을 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만약 본인이 재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그렇고 아직도 계속해서 고민이 되고 쉽게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래도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이 누굴까라고 생각하면 앞에 나서진 못해도 약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주는 도균(김도윤)에게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명화가 가게 된 아파트는 90도로 기울어져 있다. 의도한 것인가.  
 
“수직적인 아파트가 수평으로 기울어지면서 아파트에 따라 나뉘었던 계급이 중요해지지 않은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민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 지옥 불에서 춤추는 것 같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의 관광버스 장면이 떠오르더라. 영향이 있었나.  
 
“직접적으로 오마주한 장면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무의식에 깔린 것 같다.”
 
-황궁 세력이 무너진 이유가 무엇일까. 명화? 외부인들? 주민 간의 갈등? 영탁의 거짓말?
 
“누구에게 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다른 것 같다. 다만, 명화 때문이라고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외부인들을 내쫓자고 선택하는 시점부터 무너진 것 같다. 당장에 춥고 배고픈 공포감에 사로잡혀 함께 살 방법을 강구하지 못했던 이기심이 원인이라고 본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시대가 바뀌어도 이러한 보편적인 문제는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할까에 답은 내리지 못할지언정 질문을 하는 것 자체로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하은 기자 chung.hae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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