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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힙(hip)한 한옥마을

한류 덕분인지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임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한국 사람들은 스마트해요. 음악, 드라마, 영화 잘 만들어요. 나는 한국 이름을 가진 것이 근사해. 엄마, 온 가족이 함께 한국에 가자.”
 
우리는 미국에서 결혼했고 한국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물론 아이들도 한국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 남편이 영주권자일 때 아이를 낳아서 홍준표 법(지랄 같은 법)으로 이중국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 이름이라서 잘못 걸리면 군대에 끌려갈지도 모른단다.  
 
“군대 가도 괜찮아요. 한국에 가고 싶어요”
 
아이들 말에 힘을 얻어 일정을 짜라고 했다. 물론 우리 부부가 여행 비용을 전부 지불하는 것이다.  
 
서울 첫날, 종로3가 인사동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 먹으러 밖에 나갔다.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취해서 떠들어도 주변에 경찰 한 명 볼 수 없었다. 밤 문화를 활기차게 사고 없이 즐기는 그들이야말로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답다.
 
다음 날 새벽, 남편과 해장국 집을 찾아 나섰다. 그 많던 음식점 앞 포장마차가 포장을 내려서인지 완전히 다른 길거리로 보였다. 청소부 아저씨들이 전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를 치우는 고요한 고국을 걷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60년 된 후줄근한 국밥집에 들어가 막걸리와 국밥을 먹었다. 가격도 싸고 꽤 맛있다.  
 
아이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 쪽으로 걸었다. 골목을 돌다가 아이들은 빵집으로 나는 그 옆 김밥집에 들어갔다. 김밥을 싫어하는 남편은 ‘김밥 먹으려고 한국에 왔냐?’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 나 김밥, 오뎅, 떡볶이 먹고 싶어 한국에 왔다. 어쩔래.’ 하는 심사로 남편과 눈 맞춤을 피했다. 밖에 우뚝하니 서 있던 남편이 슬쩍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그렇게 맛있어?”  
 
오뎅을 먹어보더니 김밥도 집어 먹었다. 아이들도 빵을 사 들고 와서 합세했다. 맛있다고 계속 주문했다.  “아들이 둘인가 봐요? 나는 셋인데.”
 
식당 주인아줌마가 물었다. 아줌마의 든든한 아들 셋이 주방과 홀에서 각자 일을 하다가 우리에게 인사했다. 선한 인상들이다. 맘씨 좋은 아줌마의 한마디가 왜 그리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따뜻하게 들리던지! 여행 중에도 아이들은 아들 셋 아줌마 김밥이 제일 맛있다며 다시 한번 가자고 했지만, 시간상 인사동에는 갈 수 없었다.
 
저녁에는 호텔 앞, 힙(hip)하다는 익선동 골목을 걸었다. 익선동은 100년 전 서민을 위해 지어진 15평 미만의 조용한 한옥마을이었다. 2010년부터 한옥을 변경한 작은 카페들과 상점들이 줄지어 들어서서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가 되었다. ‘젊음이 좋긴 좋구나.’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우리 부부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이 시간에 뭘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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