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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하마스 전쟁과 아킬레우스의 분노

일리아드(Iliad)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메로스가 지었다고 하는 그리스 최고 영웅 서사시이다. 10년에 걸친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 해의 51일 동안 일어났던 사건을 노래한 것으로 그리스의 장군인 아킬레우스가 중심이 되어 원한과 복수에서 파생되는 인간의 비극을 다뤘다. 이 책의 주제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다. 책의 시작도 분노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연합군을 이끌던 탐욕스런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자신의 여자 노예를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맹장 아킬레우스는 분노했다. 트로이 전쟁에서 호메로스가 냉정하고 명확하게 탐구한 것은 인간의 분노였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분노'라는 말을 작품의 첫 단어로 선택한 것이다. 조그만 분노의 불씨가 연속 반응으로 다른 분노를 낳고 점점 겁잡을 수 없는 복수혈전의 고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분노한 영웅이 전장에서 발을 빼자 승세가 트로이아 쪽으로 기울고 그리스 군대는 위기에 내몰린다. 무수한 동료 전사들이 죽어갔다. 그러던 중 자신을 대신해 전장에 뛰어든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적장 헥토르에게 죽고만다. 슬픔과 분노에 찬 아킬레우스의 복수혈전이 시작된다. 마침내 적장 헥토르를 죽이고 만다. 그의 화는 헥토르를 죽이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헥토르의 시신을 마차에 매달아 친구의 무덤 주위를 돌고 돌았다. 아들의 시신을 성벽 위에서 지켜보는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의 마음은 찢어졌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은 한밤중 적진을 뚫고 아킬레우스의 군막을 찾는다. 그리고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잡고 두 손에 입맞추며 시신 양도를 호소한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시오"라고 하자 아킬레우스의 분노의 마음이 풀어진다. 그리고 장사하도록 시신을 놓아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이와 같지 않나. 오랜 분쟁의 역사를 통해서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책임이든 희미해지고 분노가 악순환 된다. 이번에 하마스가 무차별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해서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어갔다. 그 잔인성에 혀를 두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은 어떠한가. 하마스 공격의 몇 배, 수십 배로 갚아준다. 악이 악을, 분노가 분노를 낳는 순간이다.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도 나중에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세계는 전쟁 중이다. 그동안 평화가 지속하였던 세상은 끝난 것 같다. 세상은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더욱 극단적이다. 사람의 생각하는 지성이 없어지는 시대다. SNS나 유튜브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극단적인 이념들로 사람들이 충돌한다. 사랑과 평화가 없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은 기본 디폴트값이 악이라고 본다. 그나마 종교로 선해질까 말까하는 노력도 이제는 극단적인 종교주의로 세상이 병들어 가고 있다. 누가 분노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누군가 예수님처럼 희생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종교충돌, 문명의 충돌, 이념의 충돌은 더 심해질 것이다. AI 가 우리를 더욱 길들일 것이다. 이 와중에 깨어서 주절이 주문 외우는 기도만이 아니라 세상을 읽고 희망과 길을 제시하는 종교가 필요할 때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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