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유산 차세대에 전할 것”…‘무지개 나라의 유산’ 이진영씨
뿌리 찾아 경계인 불안 해소
지난 2021년 6부작 연작 다큐멘터리 ‘무지개 나라의 유산’을 발표해 리버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 감독상을 받은 이진영(사진)씨의 다짐이다.
이 감독은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하와이로 이주해 한인 신문사, 방송사 기자 및 하와이의 KBFD-TV 앵커를 지냈다.
이후 영화에 도전해 미주한인 이민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무지개 나라의 유산’과 미주한인 120년사를 음악으로 담은 장편영화 ‘하와이 연가’를 제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의 이민사를 다룬 작품으로 국제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지금부터 우리는 그들이 남긴 사랑의 흔적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이 말은 영화 ‘하와이 연가’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으로 모든 작품에 일관되게 녹아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민사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선조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도 이러한 정서가 전달된 게 아닌가 싶다.”
-하와이에서 한인들의 위상은 어떤가.
“‘무지개 나라의 유산’에는 문대양 하와이주 대법원장이나 해리 김 전 하와이 시장을 비롯해 주류 사회에서 다양한 기여를 해온 이들이 많다. 많은 한인이 다른 커뮤니티와 조화를 이루며 존중받고 산다. 하와이는 한인 이민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고 사회 곳곳에 한국의 문화가 녹아 있다. 하와이에서는 고기 부침개를 ‘미트(Meat, 고기) 전’이라 부르는 등 한식에서 유래한 음식이 많이 퍼져있다.”
-영화 제작 실패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내 목표는 성공이 아니기 때문에 두렵지 않았다. 금전적인 수익을 내지 않아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으니 이미 성공한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1인 독립영화사를 차려 제작하는 거라 ‘끝까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은 있었다. ‘무지개 나라의 유산’에 출연한 해리 김 시장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면 후회가 없다'고 말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재외동포들이 자기 뿌리를 인식하는 게 왜 중요한가.
"나무를 알려면 뿌리부터 들여다보라는 영어 속담처럼 뿌리는 정체성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05년 하와이를 선택해 이주했지만, 이민자로 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한인 이민사에 대해 취재하다 보니까 하와이는 단순히 풍광이 아름다운 남의 나라가 아니라 120년에 걸쳐서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곳이고 뿌리를 내린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디아스포라의 삶은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운 경계인의 삶이지만 또 선조의 뿌리를 찾아보고 이민사를 알게 되면 어디에든 속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로 만들면서 확신이 들었다."
-뿌리를 이어 나가기 위해 현세대의 역할은.
"우리는 선조의 사랑과 헌신을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나라마다 고유의 한인 디아스포라가 있으므로 어떤 사랑을 어떻게 받았는지 알기 위해 이민사를 공부해야 한다. 뿌리를 아는 것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미래세대나 뒤에 오는 이민자들에게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모국의 독립운동을 돕고 한국 전쟁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섰던 하와이 한인사가 증명하듯이 해외에 살아도 뿌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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