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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노랑나비

김영애 수필가

김영애 수필가

마른 나뭇가지에 탐스러운 꽃봉오리가 움튼다.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꽃봉오리 주변에 노랑나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늘하늘 춤추는 화사한 나비들은 노란 꽃의 영혼이 피어남을 알리는 전령사일까.  
 
싸한 가을바람 속 우리 집 화단에서는 감사의 계절을 맞아 나비와 꽃의 한바탕 축제가 막을 올리는 것 같다. 요염한 노란 꽃 위에 노랑나비들의 흥겨운 춤사위는 눈부시게 현란하다. 화사하게 단장을 마친 노란 꽃은, 웨딩마치에 따라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새신부같이 수줍어하면서 조심스레 꽃을 피워간다.
 
 해가 떠오르면 환하게 벙그는 꽃은 나의 희망이고 기도이다. 내일은 어느 곳에서 예쁜 꽃이 고운 마음을 열까 조바심하면서 기다린다. 꽃들은 나의 바람을 눈치챈 듯, 앙증맞은 꽃망울을 하나씩 터트리며 자신만의 세상을 황홀하게 열어간다. 노란 꽃들이 줄지어 환상적인 세상을 펼치자, 부지런한 나비들은 기다렸다는 듯 분주해진다. 푸른 하늘에 간단없이 직선과 곡선을 그어가며 현란해지는 나비들의 춤사위는, 신명 난 사물놀이꾼의 몸짓같이 흥겹기만 하다..  
 
나비는 어디에서 태어나 영혼과 육신을 이곳에 나투는 것일까. 할딱할딱 온종일 날갯짓을 하면서 꽃마다 점을 찍는 나비. 나풀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부르던 ‘날비(낣이)’가 ‘나비’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나비는 행운이나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날개의 색에 따라 행운과 불운이 정해지는데, 노랑나비는 좋은 뜻으로, 하얀 나비는 죽음의 의미로 통한다. 가냘픈 날개에는 삶의 축복과 죽음의 어두움이 함께 들어 있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숙명처럼 나비도 삶을 영위하면서 죽어가고, 죽음 속에 삶이 숨 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 보면 삶과 죽음은 한 몸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나비의 변신은 다양하다. 화사한 아침 온몸을 단장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돋보이려는 요염한 여인으로 변했다가, 아른거리는 날갯짓으로 아장아장 걸음을 떼는 앙증맞은 어린아이로도 변신하는가 하면, 암술과 수술을 맺어주는 극성스러운 중매쟁이 아줌마로도 되었다가, 애벌레에서 파격적으로 하늘을 비상하는 나비가 되기도 하며  결단력 있는 힘센 남자로도 변신하기도 한다.  
 
애벌레의 몸을 뚫고 불끈 하늘로 비상하는 나비의 영혼. 영구 불멸의 혼은 하늘에 올라 신의 경지까지 등극하는지, 여리디여린 날개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여 무덤가의 죽음과 세상의 삶을 이어 주기까지 한다.  
 
가냘프고 여리지만 다양한 변신으로 불가해한 힘을 뿜어내는 노랑나비에 마음이 머문다. 문득 오늘 하루 노랑나비가 되고 싶어진다. 세상일을 모두 내려놓고, 한 마리의 노랑나비로 변신하여 피안과 차안을 넘나들며 나르바나의 세상에 흠뻑 빠지고픈 꿈을 꾼다.

김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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