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겹받침 이야기
한글은 받침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리 문자를 쓰는 수많은 언어 중에서 받침이 있는 문자 체계는 거의 없습니다. 한글을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지점이 바로 받침입니다. 아마도 받침을 만든 것은 당시의 문자 체계인 한자(漢字)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한자의 필순을 보면 한글과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받침을 쓰는 것과 필순이 비슷한 순서가 되기도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학생들은 한글 받침을 어려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사실 한자 사용에 있습니다.한편 한국어에는 겹받침도 있습니다. 겹받침은 두 개의 받침이 연속해서 쓰이는 것입니다. 중세국어에는 받침이 세 개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중간에 사이시옷이 있는 형태였습니다. 대표적인 어휘는 ‘닭ㅅ’ 때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유시(酉時), 즉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를 나타내는 말로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이 말을 학자에 따라서는 자음이 모두 발음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럴 경우에 발음은 ‘다그스’처럼 됩니다. 한편 때는 ‘비읍시옷디귿’이 쓰인 글자였습니다. 이것도 모두 발음하면 ‘브스대’가 됩니다. 따라서 유시를 나타내는 당시의 말을 모두 발음하게 되면 ‘다그스브스대’가 되는 데 정말 이렇게 발음하였을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말이 왠지 독일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어학자들의 끊임없는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겹받침은 두 개가 쓰이지만 실제로는 단독으로 발음할 때는 하나만 소리가 납니다. 대표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몫, 넋’이라는 단어를 단독으로 발음할 때 시옷까지 발음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뒤에 자음이 와도 두 개를 모두 발음하지는 않습니다. ‘읽고, 넓지’ 등을 발음해 보면 두 발음이 모두 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뒤에 오는 발음은 된소리로 발음이 됩니다. [일꼬], [널찌]로 발음이 됩니다. 표준어 발음이 그러한데 실제 발음에서는 달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전통을 고려한다는 말은 젊은 사람은 달리 쓸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합리성이라는 말도 매우 추상적인 표현입니다.
뒤에 모음이 오면 당연히 두 발음이 모두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겹받침을 쓴 것이니까요. 그런데 최근에 보면 하도 대표음으로 쓰다 보니 뒤에 모음이 와도 하나의 발음만 소리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값이 싸다’를 [가비 싸다]로 발음하는 것입니다. ‘닭이’라는 말도 ‘다근’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닭을’의 경우 [달글]이라고 발음하는 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많은 겹받침 단어가 홑받침 어휘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언어의 변화를 보면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겹받침의 홑받침화도 계속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겹받침을 ‘둘받침’이라고 해서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남한과 용어가 다른 것이 많습니다. 기역, 디귿, 시옷은 이름도 다릅니다. 또한 북한에서는 쌍기역을 ‘된기윽’이라고 합니다. 조사와 어미도 합쳐서 ‘토씨’라고 합니다. 남북한이 오랫동안 나누어져 있어서 학문의 교류가 끊어져 있습니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이렇게 말과 관련된 용어가 달라져 있다는 것은 앞으로 말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징조로 보입니다.
말이 달라지면, 두 나라가 되는 겁니다. 말이 사고를 지배한다고 할 때 서로의 생각이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말의 이질화를 줄이기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겁니다. 북한에서 나온 외국인을 위한 조선어 교재를 보면 이런 문제가 더 두드러집니다. 상대를 부를 때 ‘동무’라는 표현을 씁니다. 동무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말을 배워서 남한 사람과 대화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마찬가지로 남한 말을 배운 외국인인 북한에 가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겹받침이라는 말을 둘받침이라고 하고, 쌍기역을 된기윽이라고 하는 것으로 볼 때 북한에서는 한자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입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떤 방향으로 한국어가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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