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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하는 카메라

나지막한 목소리
(A Still Small Voice)

올해 최고의 다큐멘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나지막한 목소리’는 죽음에 대한 심오한 기록이다.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감독상 수상작. [Abranorama]

올해 최고의 다큐멘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나지막한 목소리’는 죽음에 대한 심오한 기록이다.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감독상 수상작. [Abranorama]

뉴욕 시 마운트시나이 병원에서 1년 간의 레지던트를 마친 채플린 목회자 마티. 그녀는 영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 가족 그리고 병원 직원들과 대화하며 위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중 많은 환자들은 이 세상 너머 있는 저 세상으로 가야 하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나지막한 목소리’는 죽음과 죽어감에 직면한 사람들을 영적으로 돌보아야 하는 병원 채플린(Chaplains) 사역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루크로렌젠(Luke Lorentzen) 감독은 마티의 돌봄 사역을 통해 죽음에 맞닿은 사람들의 고통, 불확실성, 슬픔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한다. 단순한 돌봄 사역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죽음의 이전의 순간들이다.  
 
로렌젠 감독의 카메라는 마티가 의식이 거의 마비된 환자들과 만나는 장면들을 포착한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하는 심오함이 그대로 감지된다. 영상에 찍히는 피사체들과 대화자 사이에는 그들이 말하지 않고 있는 죽음이란 주제의 엄숙함이 느껴진다.  
 
마티는 홀로코스트를 그대로 내버려 둔 잔인한 신을 원망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녀가 환자들에게 솔직하게 내려놓는 불확실성이 채플린 사역의 형식성을 부숴버린다. 마티는 최선을 다할 뿐,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진정 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자들에게 어떻게 안위함을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그녀는 수시로 탈진해 버린다. 그리고 스스로 영적 고갈을 느끼며 채플린 사역의 정체성에 대하여 회의를 품는다. 삶의 진정한 고통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소외되고 단절된 상태일 것이다.  
 
마티가 병원에서 겪는 죽음은 우리가 서적과 이론, 혹은 종교를 통해 들어온 죽음과 다르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들을 그들과 함께 한 그녀의 경험만큼 죽음을 리얼하게 말할 수 없다. 인생에 한 번뿐인 성찰은 아이러니하게 마지막 순간에 우리를 찾아온다.  
 
클라이맥스에 가서야 ‘나지막한 목소리’가 궁극적으로 삶을 긍정하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은 심오한 수용의 순간이다. 죽음의 전령이 떨리는 속삭임으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순간, 온유함 가운데 그 마지막이 반드시 끝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그들의 마음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나.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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