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비 6% 인상’ 건물주·세입자 모두 ‘불만’
시의원 사무실 항의전화 쇄도
건물주 “최소 10% 올려야 유지”
세입자 “감당 못해 싼곳 찾아야”
의회서 양쪽 지원 방안 강구 중
LA시의회의 렌트비 인상 6% 결정 소식을 듣고 김현수(64)씨가 내놓은 볼멘소리다. 한인타운 남쪽 워싱턴 불러바드 인근에 듀플렉스를 소유한 김씨는 시의원들의 이번 결정이 거의 무지와 폭력에 가깝다고 말했다.
〈본지 11월 15일자 A-4면〉
“누가 보면 LA 영세 건물주들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 이미 팬데믹 시기 집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이렇게 되면 돈을 끌어오기 쉬운 큰 기업들이 집을 다 잠식하게 됩니다.”
김씨는 최소 10% 이상은 렌트비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내년 계획을 해왔으나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적어도 카페트, 페인팅, 에어컨과 히터 관리는 1년 이상 더 미뤄야 할 것 같고, ‘꼼수’ 같지만 디파짓이나 주차비를 올리는 방법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의회 주변에는 유사한 내용의 항의가 시의원 사무실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실 직원들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추수감사절 휴회가 지난 뒤 28일 재개된다.
반대편에 있는 세입자들이라고 만족한 건 아니다. 이들도 일제히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000달러 렌트비가 6% 오르면 월 120달러가 추가된다. 현재 LA의 평균 렌트비는 스튜디오가 1997달러, 2베드룸이 3391달러다. 소득은 그대로인 개인이나 가정이 120~200달러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취업 준비 중인 케이시 양(27)씨는 “취업이 늦어진다면 현재 스튜디오를 더 줄여서 이사하든지 룸메이트를 구해야 할 것 같다”며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라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렌트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소셜연금으로 렌트비를 부담하고 사는 시니어들은 인상폭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더욱 난처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이번 시의회 결론은 유니세스 헤르난데스와 휴고 소토-마르티네즈 같은 초선 진보파 의원들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이 됐다. 상승폭을 최소화했지만, 동료 의원들의 지지는 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논쟁은 지난달에 있었던 주거 및 홈리스 소위원회에서 시작됐다. 두 의원은 기존 9% 인상 허용안을 무효화하고 동결을 6개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료 의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두 의원이 지난 11개월 동안 크게 다른 목소리를 냈던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은 경찰국 관련 시예산이 대폭 상향 조정됐을 때 두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12억 달러 예산안은 통과됐다.
14일 의회에서도 평상시 모든 투표가 찬성으로 종료된 것과 달리 긴 토론이 이어졌고 반대 의견도 돌출됐다.
이번 토론을 지켜본 시민들은 의견 대립이 부패로 휘청이는 시의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시의회는 안건에서 영세규모 건물주들 지원과 렌트비 보조를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어서 또 다른 격론이 예고된 상태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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