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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주의회 가을회기

박춘호

박춘호

일리노이 주의회는 크게 봄 회기와 가을 회기로 나뉜다. 중간에 특별 회기가 편성되기도 하지만 두 회기가 가장 기본적이며 회기 기간이 길고 큰 현안들이 처리되곤 한다. 통상적으로 회기 기간이 더 긴 봄 회기 동안 내년도 예산안이 다뤄지고 굵직굵직한 입법 과정이 진행된다. 가을 회기는 거부권 회기라도 불리는데 주로 봄 회기에서 통과됐지만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법안들이 수정되어 다시 처리되기 때문에 이렇게 불리게 됐다.  
 
물론 가을 회기에도 새로운 법안이 상정되고 처리될 수도 있다. 현재 일리노이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고 주 상원과 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주지사와의 협의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가을 회기에 다뤄질 안건들은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가 다소 의외로 받아지는 사안들이다. 예를 들어 신형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안건이 대표적이다. 일리노이는 지난 80년대 이후 40년간 새로운 원자로 건설을 금지하고 있었다. 주내에 11개 원자로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전국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의 1/8에 해당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원자로 건설 금지로 인해 추가 연구와 전기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난 봄 회기에는 이런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일부 의원들이 신형 원자로 건설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주지사에게 보냈다. 하지만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거부 이유는 신형 원자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원자로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들에 대한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주지사는 기존 법안에는 ‘소형 원자로’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의회 통과 직전 이 문구가 ‘개량된 원자로’로 바뀐 것을 지적하며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로 인해 처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는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이번 가을 회기에서는 법안의 규정을 다시 손본 뒤 다시 의결할 예정이다. 기존 법안을 추진했던 의원은 수정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주지사의 의견에 맞춰 새 법안에는 ‘개량 원자’로 대신 ‘소형 원자로’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일리노이주는 기존 원자력 발전소들이 채산성 악화로 인해 운전을 중단해야 할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보다 효율이 좋고 안전한 신형 원자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원자력 발전업계와 해당 노조들이 찬성하고 있다. 주지사의 찬성만 있으면 신형 원자로 건설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가을 회기에서 처리될 예정인 또 다른 주요 안건은 학교 세금 크레딧이다. 브루스 라우너 전 주지사 시절 마련된 법이 올해말로 종료될 예정인데 이 법은 사립 학교에 기부금을 납부하면 개인 소득세 납부시 크레딧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학교 재정을 개인 기부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준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기부금을 많이 받는 학교들이 주로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들이고 이들 학교에서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 차별적인 규정이 많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공립학교는 사실상 지원에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법을 더 연장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도 법원으로부터 총기 소지권을 박탈당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법 집행을 할지를 규정하는 법안이 이번 가을 회기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 법은 시카고의 리틀 빌리지에 거주하다 남편에 의해 살해된 카리나 곤잘레스의 이름을 따 카리나 법으로 불린다. 카리나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경찰에 보호명령을 요청했으나 같은 집에 살고 있던 남편으로부터 총격 살해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범 등 총기 소유를 제한 받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총기를 압수하거나 총기면허를 박탈하는 조치를 명문화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외 가을 회기에서 다뤄질 안건으로는 의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있다. 이는 크리스 웰치 주 하원 의장실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여름 노조 결성을 시도하면서 불거진 이슈다.  
 
또 요양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재산세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도 처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면세되는 만큼 같은 금액을 다른 주택소유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주의회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할 수 있었던 알링턴하이츠에 건설될 예정인 시카고 베어스 구장에 대한 세제 지원과 시카고에 유입되고 있는 불법입국 이민자에 대한 주차원의 예산 지원은 이번 가을 회기에서 다뤄지지 않고 내년으로 미뤄졌다.  
 
한편 거부권 회기에서 의원들은 주지사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상하원에서 모두 ⅗ 이상의 찬성을 보이면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나 예산안을 덮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주지사가 행사한 거부권을 뒤집을 가능성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일리노이 주의회에는 모두 6000개 이상의 법안이 상정됐지만 이중 최종 통과된 법안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중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채 10개가 되지 않는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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