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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어르신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할까. ‘어르신’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요즘에는 어르신보다 꼰대라는 단어에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르신이 아니라 구글에 묻는다. 노인들의 존재가치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 젊은이들 자신도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배우고 적응하기 바쁜데 노인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 과거의 사고방식을 고집하며 주장할 때 그들은 노인들을 피하게 된다.  
 
노인이 되어가면서 함께 공유하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 은퇴하게 되면 생산 활동보다는 소비 활동이 커지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을 잃게 되면서 자신감도 잃게 된다. 기억력과 체력도 떨어지고 건강에 적색경보를 자주 받게 된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걱정과 불안 그리고 무력감에 자존감도 떨어진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그들에게 부양의 대상이 되는 짐을 안겨준다. 특히 손자들이 어렸을 때는 그들을 돌봐준다는 명분이 서지만 그들이 크게 되면 노인들은 정말 무용지물이 된다.  
 
꼰대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가 많은 남자를 칭하는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노인을 칭하는 속어이다. 또한 꼰대질이란 자기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시대착오적 설교를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른과 꼰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어른은 단지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인격과 품격을 갖춘 사람이다. 꼰대는 가르치려는 사람이고 어른은 배우려 하는 사람이다. 꼰대는 수직적 관계를 강요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수평적 관계를 존중한다. 꼰대는 자신 안의 세계에 갇힌 사람이고 어른은 무한한 세계를 받아들인다. 꼰대는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편협한 사람이고 어른은 아직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겸허한 사람이다.  
 
노인이 되어가면서 가장 슬픈 것은 주름살이나 백발이 아니고 바로 젊은이들이 노인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태도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유교 문화로 대표되는 구세대의 가치관을 가진 노인 계층과 서방세계에서 도입된 개인주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신세대의 가치관이 대립하는 세대 갈등이다. 서양 사회에서는 일찍부터 개인주의가 발달했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 의존도가 높지 않아 자식에 대한 기대감이 아예 없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죽음에 예외가 없듯이 노화에도 예외가 없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노인 비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는 노인들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본다는 견해보다는 노인이 바로 자신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험한 시대를 살아낸 노인들의 많은 경험과 지혜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노인들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사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신의 권위나 고집을 내세우며 ‘내 젊었을 때는…’ 이와 같은 서두는 피해야 한다. 존경과 대우를 바라는 것보다 이해와 배려하는 자세가 훨씬 현명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와 같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  
 
미국은 일찍부터 민주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개인주의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부모·자식 간에 유대 관계는 있어도 부양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젊어서부터 은퇴계획을 세워 자립과 독립을 계획한다. 한편 한국은 명퇴나 조기 은퇴로 노년 시기가 연장되지만, 은퇴기금이 충분치 않아 노인의 빈곤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큰 문제다. 이 모든 문제를 대처해나가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참으로 ‘어르신’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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