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중’ LG 미주법인, 사내 폭언·괴롭힘 피소
일리노이서 여지점장이 소송
LG측 각하 요청 법원서 기각
관리직 다수 한국 국적 남성들
적대적 환경, 유급병가도 없어
“한국 기업 문화, 미국선 안돼”
임원급 남성 인사들이 여성 지점장에게 고함을 지르고 폭언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원고 측 변호인은 한국 내 오랜 시간 뿌리내린 유교적 문화에 의한 남녀 차별적 인식까지 지적했다.
이번 고발은 지난해 1월 김소연(영어명 질리안)씨가 LG전자 미주법인, LG 측 종합물류회사인 FNS를 상대로 연방 민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연방법원 일리노이 동부지법(담당 판사 프랭클린 발데라마)은 이 소송과 관련, 지난달 15일 LG전자 미주법인 측의 소송 각하 요청을 기각하고 재판 진행을 명령했다.
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일리노이주 볼링브룩 지역 FNS에서 지점장(정규직)으로 근무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FNS와 LG전자는 자매 회사로서 같은 주소에 있으며 모두 LG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명시했다.
원고 측은 “FNS와 LG의 관리직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 국적의 남성들로 김씨는 근무 기간 내내 이들로부터 직무 권한 훼손을 비롯한 폭언, 고함, 괴롭힘 등에 시달리며 적대적 근무 환경에 처했다”며 “한인 여성이 아닌 다른 직원들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소장에 명시된 한 사건을 보면 김씨는 매니저 중 한 명인 LG전자 고경수씨에게 건물 환기 문제에 대해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고씨는 김씨가 보고서에 인사관리 담당자를 포함한 것을 두고 김씨를 질책하는가 하면 해당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내용의 주장도 담겨있다.
이 밖에도 원고 측은 ▶상급자에게 보고했지만, 후속 조치가 없고 ▶적대적 근무 환경이 계속되자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병가시 한인 남성 직원들과 달리 급여를 받지 못했고 ▶상여금 및 기타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주장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한국인 남성 경영진은 원고가 한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복종적이고 온순하며, 자신들의 경영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최소 600년간 이어진 한국과 한국 내 기업들, 단체, 문화적 시스템 안에서는 허용될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원고인 김씨는 LG 미주법인과 FNS를 일리노이주 인권부(IDHR)에 성별과 출신에 따른 고용 차별 혐의로 고소했다. 또,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김씨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 통지서(Notice of right to sue)를 발급하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LG전자 미주법인 측은 법원에 FNS와 ‘공동 고용주’가 아니라는 점, 연방 민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소송 각하 요청을 했지만 기각당했다. 단, 판사는 김씨의 의료보험료 납부 중단 건이 보복 행위가 아니라는 LG 측 일부 주장 대해서는 받아들였다.
본지는 이번 소송과 관련, 지난 10일 LG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18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원고 측은 “체계적인 차별 대우와 적대적 근무 환경은 실수나 부주의가 아닌 한국인 남성 경영진이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지배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FNS는 과거 범한판토스의 북미법인으로 미국 내 물류 사업을 관할한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가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 계열사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도 한 임원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방문 준비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피소된 바 있다. 〈본지 9월 29일 A-1면〉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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