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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하나가 전부일 수도

얼마 전 주일, 아내가 애나하임 기차 정거장에 나를 내려주고 갔다. 주일 오전이라  LA로 가는 기차는 한산했다. LA 유니온역까지는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자리에 앉으니 아침 햇살이 차창을 비추는데 너무 아름다웠고, 마음이 기쁘고 행복했다.  
 
예배에 준비한 말씀을 한 번 더 읽어 보고 아내가 집으로 잘 돌아갔는지 궁금해 전화하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휴대폰이 없어졌다. 도대체 내 휴대폰은 어디에 있을까? 기차역 매표창구에 두고 왔을까? 아내 차에 두고 내렸는가? 대합실 의자에 두고 왔는가? 손끝이 찌릿찌릿해 온다.      
 
선체로 옷 주머니, 가방 등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봤다. 앞 좌석의 부부가 당황해서 앉지도 못하는 나를 쓸쩍쓸쩍 바라본다. 아마 여행객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면서 여권이나 기차표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소곤대는 것만 같았다.      
 
이런 경우를 눈앞이 캄캄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기차는 벌써 산타페스피링스역을 지나고 있었다. 떠날 때는 그렇게 청명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이 지금은 뿌옇고 어둡게 보인다. 마음이 어두워지면 사물도 어둡게 보인다더니….  
 


세상과 단절된 것 같다. 기억나는 전화번호를 떠올려 보는데, 딸 전화번호만 기억이 난다. 여러 사람의 전화번호를 다 기억하며 전화를 척척 걸고, 친구들이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내게 물어보곤 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을 휴대폰 속에 담아 놓고 사는 세상이 됐다. 참 이상하게 사는 사람으로 변하였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머릿속에 담고 기억하며 살고 있는지? 혹시 내  머릿속에는 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휴대폰 하나면 다 처리하고 산다.  그런데 그 휴대폰이 내 손에서 없어졌다.  
 
예배를 시작하는데, 준비한 말씀도 없어지고 휴대폰 사건만 머리에 떠오른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그 작은 것 하나가 모든 것을 정지하게 하기도 하지만 또 모든 것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윗의 손에 들린 작은 물 맷돌 하나, 모세의 손에 들린 마른 지팡이 하나, 이 작은 하나가 모든 것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 양 떼를 잠시 떠나기도 하셨다.  
 
너무 최첨단 기기에만 의지하다가 전부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재소자들과 말씀도 나누며 우리는  99%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쉽지만, 잊어버린 하나가 우리의  모든 것보다 더 귀한 것 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다. 너무 쉬운 것만, 너무 빠른 것만, 너무 맛있는 것만, 또 너무 크고 많은 것만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더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예수님에게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로 남겨져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 보았다. 또 잃어버린 양 한 마리가 길을 헤매는데 우리는 외면하고 있지나 않는지?  내가 찾아 줄 사람을 세상은 보여 주기도 한다. 부름 받고 불러주고 하는 때가 있다. 

변성수 / 교도소 사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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