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
그런데 과학의 발달로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국부은하군에 자리한 은하수 은하의 변두리에 태양이라는 별이 있고, 그 주위를 도는 세 번째 행성이 지구였다. 우주에 흔하디 흔한 은하 속에, 흔하디 흔한 별 주위를 도는, 흔하디 흔한 행성 중 하나다. 은하수의 외곽에 있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별끼리의 상호작용이 적었고, 게다가 태양은 덩치가 그다지 큰 별이 아니어서 수명이 길었다. 큰 별일수록 핵융합 반응이 활발해서 별의 일생이 짧은 까닭에 태양 주위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지구에 생명이 발현하여 지능이 높은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지구의 크기가 너무 작지 않아서 지구 중심부의 열이 빨리 식지 않았기 때문에 중심성인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자체 에너지 덕분에 생명이 시작되고 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 덩치가 큰 위성인 달이 지구상의 생명에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만약 달이 태양계가 형성될 때 함께 만들어졌더라면 지구상 생명의 발현과 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가 어느 정도 제 모습을 갖춘 후 화성 크기 정도 되는 천체가 지구에 부딪히며 깨진 부스러기가 모여서 큼지막한 달이 되었다. 또 우연히 그 천체가 지구와 살짝 비켜서 충돌하는 바람에 지축이 23.5도 기울어 지구에는 사계가 생겼고 계절의 변화는 생명체 진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렇게 수많은 우연이 겹쳐서 지구가 탄생하고 그 위에 문명을 창조한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절대로 특별하지도 않고 우주의 중심은 더욱 아니다. 억겁의 시간에 걸쳐 억겁의 우연이 겹친 결과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약 2조 개의 은하가 있다고 추정한다. 우리 태양은 그 많은 은하 중 비교적 외곽에 있는 은하수라는 이름의 은하에 속한다. 그 은하수 은하의 변두리에 태양이라는 별이 있는데 그 주위를 지구를 포함해서 총 8개의 행성이 공전한다. 우주에 산재한 별의 개수는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래 알갱이 총수보다도 많다. 모래 알갱이처럼 그렇게 많은 별 중 하나를 도는 것이 지구다. 내놓을 것 하나 없는 정말 별 볼 일 없는 천체다. 그러므로 지구는 절대로 특별한 곳도 아니고 거기서 진화한 인간 역시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무슨 힘으로 우주가 시작됐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 정도 되고 태양은 46억 살이다. 태양계가 모습을 갖출 때 지구도 함께 만들어졌다. 지구가 식어가는 동안 지구를 강타한 소행성에 함유되었던 물이 원시 바다를 형성하고 바닷속 열수분출공 근처의 고온고압 하에서 만들어진 유기물이 생명체로 진화했다. 아무리 살펴도 전혀 특별한 것이 없는 아주 평범한 행성이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다. (작가)
박종진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