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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비서실장 트리오, 시청을 누비다

12지구 해나 리 밸리지역 토박이
8지구 조앤 김 올 초 실장 중용
각 20여명 직원 이끄는 책임자
섬기는 리더십이 실장의 역할
한인 청년들 도전해 지평 넓히길

 (왼쪽부터)15지구 팀 맥오스커 의원의 비서실장 지니 민, 8지구 마키스 해리스-도슨 의원의 비서실장 조앤 김, 12지구 존 이 의원의 비서실장 해나 리. 세 비서실장이 LA시장실과 시의회가 위치한 시청 3층 복도를 걷고 있다. 김상진 기자

(왼쪽부터)15지구 팀 맥오스커 의원의 비서실장 지니 민, 8지구 마키스 해리스-도슨 의원의 비서실장 조앤 김, 12지구 존 이 의원의 비서실장 해나 리. 세 비서실장이 LA시장실과 시의회가 위치한 시청 3층 복도를 걷고 있다. 김상진 기자

 
 LA 시의원 15명은 연간 130억 달러(2023년 기준)의 살림 비용을 결정하고 감독한다. 또 지역구별로 평균 26만여 지역 주민들을 돌보고 민원을 해결해야 하며 연간 300개가 넘는 조례안과 결의안을 생산한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LA시의원들의 최측근 참모는 비서실장(Chief of Staff)이다. LA 시의회 복심으로 통하는 15명의 비서실장 중 한인이 세 명이라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게다가 모두 여성이다.

 ‘한인 여성 비서실장 트리오’로 맹활약 중인 이들은 시의회 최고참인 22년차 보좌관 지니 민(15지구) 실장을 선두로 20년차 해나 리(12지구) 실장, 8년차 조앤 김(8지구) 실장이다.  
 UC버클리 언론학을 전공한 민 실장은 고 톰 라본지 의원, 미치 오페럴 의원에 이어 지난해 맥오스커 의원실로 옮겨 실장 역을 하고 있다.
 리 실장은 UCLA 토지 사용 계획 전공을 하며 꿈꿨던 변호사 꿈을 접고 12지구 그렉 스미스 의원 시절부터 20년 동안 스태프로 일한 ‘밸리 토박이’다.
 올해 초 비서실장에 오른 김 실장은 시카고에서 태어나 LA로 이주했고 UCLA 경제 학사, 보건 석사 학위를 받았다. 꿈은 보건 클리닉 여는 것이었는데 사우스 LA ‘커뮤니티 코얼리션(CC)’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뿌리를 내렸다.
 이들을 시청에서 만나 살아온 길과 시의 미래, 한인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LA시의회 한인 여성 비서실장 3인방

LA시의회 한인 여성 비서실장 3인방

 
▶비서실장이 될 재목이었나
 
리 실장은 “학교 때 커뮤니티 봉사와 장애인 돕는 일들을 하면서 사회를 배웠다. 동시에 간호사 어머니와 함께 자원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의 삶을 알게 됐다. 항상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민 실장은 학생회와 한미연합회를 거친 ‘커뮤니티통’이다. 월넛고교 한인학생회 재무담당을 맡아 공공봉사를 일찍 체험하고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는 “너싱홈, 교회 활동을 경험했고 한미연합회에서 활동하며 한인타운, 윌셔 주민의회 등 생성 과정도 지켜봤다”고 회고했다.
 
김 실장은 자신이 시의회에 와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OC의 매우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면서 진정 옳은 접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한인 가정에서는 여성과 엄마가 많은 일을 하게 되어있다. 할아버지 두 분이 모두 목사로 활동하셨고, 혼자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상하게(?) 여기는 가정환경이었다. 동시에 장녀이다 보니 두 동생을 위해서 이런저런 언니 역할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보는 리더십은 ‘섬김’
 
시의회와 지역구 사무실까지 총 20명이 넘는 직원들을 이끌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이들에게 어떤 개념일까. 세 명 모두 ‘동기 부여’ ‘설득력’ ‘행동의 모범’ ‘명예’ ‘협력’을 핵심 요소로 꼽았다. 특히 김 실장은 “중심에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지를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하면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고 상기했다. 동시에 실장들은 공식 직책명인 ‘치프 오브 스태프’가 아닌 ‘치프 오브 서포터(지원 책임자)’라고 자신을 부르는게 더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연봉은 10만 아래? 위?  
 
실장의 자격과 조건에 대해 “경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꼭 한 가지 길만 있는 것도 아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지역구에서 오래 일하면서 시에 대한 이해, 동료로부터 배우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실제 사전 조건은 없다는 것이다. 민 실장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리 실장은 “시의원과의 단단한 신뢰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전했다.
 
비영리에서 오래 활동한 김 실장은 “비영리와 시청은 다르다. 아젠다를 세우고 열정과 가치관이 비슷한 곳이 비영리라면 시청은 다양한 목표와 전략, 접근 방식을 가진 많은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한다. 일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상반된 환경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연봉을 물으니 계약된 조건에 따라 10만 달러 위아래 일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답이 돌아온다. 노조가 없어 협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괄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참고로 현재 시의원들은 카운티 수피리어 법원 판사에 준하는 연봉을 받는다. 25만 달러 전후로 알려져 있다.
 
▶이해와 참여하는 타운으로
 
민 실장은 “한인타운이 왜 있는지 우리 모두 생각해보면 좋겠다. 소속감, 연대감이 있는 곳이라서 그 역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아시안 여성으로서 시청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일한다”고 전했다. 청년들에게는 불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직접 참가해 해결해보는 도전을 권하기도 했다.
 
대화 말미에 폭동 이야기를 김 실장이 꺼냈다. 
“1992년은 한인사회에 ‘인종의 문제’를 각인하는 해였죠. LA에 정착해 살아온 많은 유색인종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지난한 민권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누리를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유연하게 이해했으면 좋겠고,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미국인이 되어가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민 실장은 “젊은이들이 더 커뮤니티에 더 참여해주면 좋겠다. 의사와 변호사가 아니면 실패라는 세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부연했다. 세 실장은 시의회 내에서도 섬김의 봉사를 통해 힘을 발휘하는 막강한 트리오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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