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인간의 수명 결정하는 ‘텔로미어(Telo Mere)’
그러다 블랙번은 인간의 세포 염색체 끝에 텔로미어(Telo Mere)가 있다는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된다. 세포들은 계속 분열을 하는데, 분열 때마다 염색체 꽁무니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는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다하면 생명체도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재면, 그 생명체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은 생존 기간도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녀는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텔로머레이즈(Telomerase) 라는 효소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녀도 존경하던 퀴리 부인처럼 2009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면 어떤 것들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끼칠까? 이에는 유전적 요인과 함께 사회·경제적 상황,운동, 체중, 흡연 등이 관계가 있다고 한다. 섭취하는 음식물도 영향을 준다. 완두콩이나 병아리콩 같은 콩과 견과류, 해초,과일, 낙농제품 등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길게 유지해주는 반면, 술, 붉은 고기, 가공육 등은 길이를 줄인다고 한다. 즉 햄,베이컨 등의 ‘서양식 식단’ 보다는 채소, 과일, 생선,견과류 뒤주의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비타민 C와 E가 많은 음식과 운동을 권고한다.
필자가 특히 흥미 있게 본 것은 스트레스가 텔로미어 길이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명상은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어나게 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1946년 ‘건강’의 정의를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와 정신, 사회적 웰빙(well-being) 상태’라고 했다.
셀리그만은 1990년에 건강한 심리적·사회적인 요인으로 정신적 탄력성( Resilience), 낙천주의( Optimism), 사회적 관계( social engagement) 등을 꼽았고, 이것이 성취된 경우, 주관적인 행복감은 물론, 몸도 건강해져 수명이 연장된다고 발표했다.
미 정신과 학회 회장인 제스트 박사도 “앞으로 정신과 의사의 역활은 정신병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육체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웰빙을 가져다주는 ‘긍정적 정신의학(Positive Psychiatry)’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텔로미어같은 생물학적 지표들이 손상을 입게 된다.
성공적인 노화는 삶의 의미나 목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 PTSD)’가 있던 사람도 대인 관계의 친밀성,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경험 등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이뿐인가. 조현병(과거 정신분열증) 환자들도 약물 복용과 본인의 의지로 호전될 수 있다.
미국의 질병예방센터는 성인의 운동량을 다음과 같이 권유한다. 적어도 30분 간 중간 강도의 운동( 빠르게 걷기 등)을 일주일에 3-5회 할 것,근력 운동도 일주일에 2-3회 할 것, 그리고 매일 스트레칭을 할 것 등이다. 그런데 한인 등 소수계 시니어들의 운동량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에 좋은 것은 두뇌에도 좋다’는 말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서, 운동을 통해 뇌세포 생성, 텔로미어 길이 연장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된다.
필자는 문득 최근 모교 의대학장인 이은직 교수의 신념에 찬 포부를 상기해 본다. 새로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을 통한 연구자를 육성해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의 메시지를.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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